'갸루상' 박성호 "더 망가지는 게 내가 갈 길"
'갸루상' 박성호 "더 망가지는 게 내가 갈 길"
  • 연합뉴스
  • 승인 2012.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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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콘-멘붕스쿨'서 활약.."최고참으로 남고파"

'사람이 아니무니다~'

금발머리에 짙은 눈화장, 번쩍이는 피부를 보면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해맑은 표정으로 서툰 한국어를 내뱉는 모습에 실소가 터지지만 묘하게 계속 시선이 간다.

주인공은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갸루상.

콩가루라는 본명에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에서 유행한 갸루(girl) 화장을 했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개그맨 박성호는 이 일본 하위문화의 아이콘을 국내 최고의 개그 무대로 끌어왔다.

최근 여의도 KBS 신관에서 만난 그는 "방송국 PD분들이 오다가다 나를 보면 요즘 재미있다는 말씀을 하더라"며 "그분들이 그런 말씀 하는 건 진짜 재미있다는 건데 갸루상이 재미있긴 하나 보다"라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지난달 초 '멘붕스쿨' 코너에서 첫선을 보인 갸루상은 방송 한 달반 만에 '개콘' 화제의 캐릭터로 떠올랐다.

상담교사의 질문에 '~가 아니무니다'라며 천연덕스럽게 답하는 모습은 따라 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중독성 강한 캐릭터의 출발은 아내가 건넨 한 장의 사진이었다.

"아내가 사진을 보여주면서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갸루 분장은 누구나 한 번쯤 봤었지만 아무도 시도를 하지 않은 거였어요. 처음 시도하는 데서 오는 신선함이 있겠다 싶었죠."

분장에다 독특한 말투를 입혀 한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외모도 외모지만 갸루상의 정신분열에 가까운 어록도 인상 깊다.

박성호는 갸루상의 개그에는 철학적인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사실 갸루상은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개그에요. 우리가 '너 사람도 아니다' 이런 얘길 하잖아요. 남을 보고 그런 얘기를 하는데 내가 스스로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 거기서 제 존재 자체를 낮추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개콘'에서 가장 요란한 분장을 하고 있지만 예상과 달리 분장은 10분이면 끝난단다.

"예전에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는데 지금은 매뉴얼이 있어요. 한 분이 분장을 계속 담당하니까 쓱쓱 칠하면 금방 돼요. 녹화 끝나고 화장을 바로 지우긴 하는데 아이라인은 잘 안 지워지더라고요. 그래서 2~3일 동안 세수할 때마다 묻어나는 후유증이 있어요.(웃음)"

갸루상을 인터넷 검색창에 입력하면 일본반응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그만큼 일본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최근 인터넷에는 일본 누리꾼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담은 글이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박성호가 걱정했던 것은 한국 시청자들의 반응이었다.

"이름 때문에 외색 느낌이 나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저한테 손가락질하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재미있다고 봐주시더라고요. 일본사람들의 부정적 반응 얘기가 나올 때도 많은 분들이 저를 응원해 주셔서 깜짝 놀랐고 감사했어요."

그는 "이 개그 자체가 일본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고 단지 사람들을 웃기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국민이 괜찮다면 나는 괜찮다"고 강조했다.

갸루상의 인기 요인을 묻는 말에 박성호는 '반전'이란 단어를 꺼냈다.

그는 "신인이 했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내가 고참에다 나이도 많고 애아빠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그런 사람이 우스꽝스런 복장을 하니까 거기서 오는 반전의 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말대로 박성호는 '개콘' 최고참이다. 김준호, 김대희가 그와 함께 최고참 그룹에 속하지만 공채 기수나 나이로 따지만 사실상 서열 1위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개그맨을 꿈꿨던 박성호는 대학 시절 KBS 공채 개그맨 시험에 응해 1997년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그리고 2년 후인 1999년 '개콘' 초창기부터 '개콘'과 함께했다.

오랫동안 한 무대를 지키는 게 힘들 법도 하지만 그는 "특별하게 힘들다거나 지겹다는 생각을 많이 안 했다"며 "이 일이 즐겁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일을 하는 자체가 항상 감사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장수 비결로 후배와 화합을 꼽았다.

"권위를 떨치고 장난꾸러기처럼 후배들과 친하게 지내야 해요. 어차피 무대는 혼자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후배들과 함께하는 작업인데 동료에게 부담감을 줘선 안 됩니다. 후배들이 저를 편하게 생각해야 같이 작업할 수 있는 겁니다. 최대한 후배들을 편하게 대해주는 것이야말로 제가 살 길이죠."

수십 편의 코너에 출연하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남성인권보장위원회'의 강기갑 의원이다.

캐릭터 자체도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제작진과 동료로부터 인정을 받은 게 가장 뿌듯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박성호는 "'박성호가 나오면 기본 이상의 재미는 있다'는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연기할 때마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며 개그맨다운 욕심을 보였다.

그가 15년 넘게 활동하며 찾은 자신의 개그 스타일은 '망가짐'이었다. 그는 갸루상처럼 자신을 내던지는 연기가 몸에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멀쩡하게 나오는 것보다 가발 쓰고 얼굴에 뭐라도 그리고 망가지면 캐릭터에 더 몰입할 수 있어요. 구축해 놓은 캐릭터에 제가 들어가는 거라 오히려 연기하기 편하죠. 지나고 나서 보니까 지금까지 '개콘'에서 했던 캐릭터 중에 사랑을 받았던 것들이 그런 것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더 망가져야겠구나. 그것이 나의 길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웃음)"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개콘'의 '인간문화재'가 되는 것.

그는 "'개콘'을 시작할 때는 여기까지 오리라 예상 못했지만 지금은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개콘'은 국민의 것인 것 같아요. 그래서 개그맨의 한 사람으로서 전통문화처럼 '개콘'을 잘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콘' 인간문화재의 한 사람으로서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전수하는 역할이 제 역할인 것 같아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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