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만들기와 마을기업은 함께 가야 한다
마을만들기와 마을기업은 함께 가야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08.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점석 (창원YMCA 명예사무총장)

지난주에 전북 진안군에 다녀왔다. 벌써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훌륭한 마을지도자들이 등장하여 많은 박수를 받고 있다. 6월에 창원에서 열린 제5회 마을만들기 전국대회에 마을지도자와 함께 군수님이 직접 오셔서 개막식은 물론이고 창동에 펼쳐 놓은 홍보부스와 저녁 문화행사까지 참석하셔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몇 년 전에 설치한 마을만들기 지원센터가 농촌지도소 건물로 이전하기 위한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다. 준비하시는 분들은 공간의 기억이라는 제목의 복사물을 준비하였다. 리모델링하는 건물의 역사를 정리해 놓은 자료였다. 전혀 다른 사무실로 새출발하는 입장에서 볼 때 아무런 필요가 없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의 기억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로 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의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으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하였다. 하나는 군수가 바뀌어도 전혀 차질 없이 진행되어 온 것이 놀라웠다. 심지어 담당 공무원이 바뀌어도 별다른 지장이 없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두 번째는 마을별 축제를 하는 모습이 아담하였다. 물론 행사전체의 개막은 모든 마을지도자들이 읍내에 모여서 하지만 축제와 각종 체험활동 등은 주민 스스로가 준비하고 자기 마을에서 진행한다. 마을을 찾아가서 막걸리도 한잔하고 노래솜씨도 들어보는 재미가 좋았다. 세번째는 마을기업, 마을간사, 마을축제가 다함께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행정기관 내부에서는 부서 간에 원활한 협조체계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같은 대상, 같은 방향에도 불구하고 단위사업의 담당부서가 다르다는 이유로 전혀 교류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전혀 별개인 것처럼 먼 거리를 유지하기도 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마을기업은 일자리 창출을 담당하는 부서의 일감이고 마을간사, 사무장 제도는 농촌복지과에서 담당하고 있어서 서로 별개인 것이다. 마을기업은 행안부, 마을사무장 사업은 지자체 사업이어서 더더욱 그렇기도 하다. 만약 마을만들기 행사 초청장을 일자리창출과에 보낸다면 얼마나 반가워할까? 물론 사전에 관계형성을 잘했다면 기뻐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귀찮아할 것이다. 주민참여를 통하여 마을을 더욱 살기 좋게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지기가 맡은 사업에 얽매여 배타적이기보다는 통합과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경남에는 48개의 마을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마을의 역량을 모아서 활성화시키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 마을만들기 사업이 주민참여로 진행되어야 하듯이 마을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지역주민 주도로 지역의 인재와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 사업이 마을기업이다.

주민소득 증진을 위해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마을기업은 결국 마을을 살리기 위한 사업이다. 따라서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개발된 특성화 과제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추진과정에서 형성된 주민지도자들이 마을기업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이다. 예를 들어 창원에는 4개의 마을기업이 있고 62개의 읍면동에는 마을만들기 추진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두 가지가 모두 있는 것은 분명히 반가운 일이지만 서로 교류하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추진위원회는 단순 자원봉사에만 머물러 있고 마을기업은 서류작성에 급급한 실정을 극복해야 한다.

마을에 일할 사람이 없어서 사무장을 파견하는 지자체도 있다. 당연히 사무장은 마을기업과 마을만들기, 마을지도자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마을축제를 마을마다 경쟁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은 마을지도자들이 나서면 된다. 그러나 성공적인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읍면동사무소뿐만 아니라 행정기관 내의 문화예술과, 일자리창출과, 행정과, 환경수도과 등이 부서를 넘어서서 서로 협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점석 (창원YMCA 명예사무총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