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과 페미니즘
런던올림픽과 페미니즘
  • 경남일보
  • 승인 2012.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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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철 (한국국제대학교 홍보실장)

제30회 런던올림픽이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열기 속에 숱한 얘깃거리를 남기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도 승패와 메달색깔을 떠나 의족 육상선수의 참가를 비롯한 감동적 휴먼드라마에서 판정 번복, 오심과 져주기 게임 등 공분을 자아내는 얘기까지 다양한 화제가 가십거리가 됐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페미니즘 현상이다. 올림픽 개막 전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카타르, 브루나이 등 이슬람권 국가에서 이슬람교 사상 처음으로 여자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것이었고, 실제 6명의 이슬람권 여자선수가 출전했다. 이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여자 유도선수는 변형 히잡을 쓰고 경기에 출전해 이슬람권 여권신장의 개척자로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지만, 정작 사우디아라비아의 여론은 공개적으로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심지어 ‘매춘부’라고 욕을 했다고 한다.

우리의 시각에서 보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슬람권은 음식점에 남녀 출입구가 따로 있을 정도로 남녀유별이 엄한데다 일부 국가에서는 성폭행 피해여성이 되레 강제결혼을 당하거나 교도소로 가는 현실에 비춰보면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그렇지만 종교적 가치관과 문화적 이질성을 떠나 히잡을 쓴 여자선수가 올림픽에 참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 런던올림픽에서는 여자 복싱이 새롭게 올림픽 종목으로 추가돼 남자 종목이 있는 전 종목에서 여자 종목이 열렸으며, 런던올림픽에 참가한 1만500여명의 선수중 약 40%에 달하는 4200여명이 여자선수였다. 게다가 200여 참가국 모두 여자선수를 출전시켰으며, 미국 선수단의 경우 여자선수들이 더 많이 참가하는 등 여성 스포츠의 위상제고가 두드러진 역사적인 올림픽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밖에도 시상식에서 여성이 아닌 민머리에 수염자국이 선명한 남성이 도우미로 꽃다발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그동안 시상식에서 정장이나 원피스 차림의 미녀 도우미만 봐왔던 터라 적잖은 충격이었지만, 세러모니의 관음적 요소가 조금이나마 지워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들어 양성평등의 의미가 확산되긴 했지만 그동안 올림픽에서 여자종목은 많은 차별과 소외를 당해 왔으며, 여자선수들의 성별 테스트 등 인권 침해적인 요소까지 가미되고 있기에 아직도 진정한 의미의 양성평등이라고 하기엔 미흡하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비치발리볼 선수의 비키니 유니폼, 배드민턴과 여자복싱의 스커트 착용 의무화가 한때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으며, 여자 수구경기의 노출사고 영상이 인터넷을 타고 떠도는 등 여성 상품화 현상도 여전했다.

오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남성 위주의 스포츠관과 관음적 시각이 배제된, 진일보한 올림픽 정신의 구현을 기대해 본다.

/방성철 (한국국제대학교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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