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칼바람’ 분다
조선업계 ‘칼바람’ 분다
  • 박철홍
  • 승인 2012.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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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재정위기 직격탄… 건조 물량 바닥

경남도내 조선업계가 최근의 유럽 재정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최악의 시련기를 맞고 있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조선소의 실적은 악화되고, 중소 조선소들은 신규 수주를 못해 줄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가 조선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1970년대 초반 이후 40여년 만에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통영에 있는 중소 조선소 신아SB는 2008년 말부터 4년 가까이 단 한 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했다. 중소형 선박을 만드는 작업 공간인 도크가 네 개 있지만, 도크 두 개는 몇 달째 비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현재 짓고 있는 두 척의 선박이 10월에 인도되고 나면 일 할 물량이 없어진다. 신아SB는 2010년 5월부터 워크아웃에 들어간 상태로 오는 12월이면 워크아웃이 종료돼 채권단의 결단이 없다면 파산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신아SB와 이웃하고 있는 삼호조선은 실적 악화에 시달리다 지난 2월 결국 파산하고 문을 닫았다. 1~2만t 유조선을 건조하던 삼호조선은 2000년대 중반까지 직원 500여 명에 수주잔량 기준 세계 100대 조선소에 속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52년 역사를 가진 세광중공업도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있는 21세기조선은 일감이 거의 바닥난 상태로 올해중 조선소 간판을 내릴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상선(商船) 건조가 주력인 중소 조선소가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 것과는 달리 대형 조선사는 해양플랜트 시장의 호황으로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편이지만 ‘어닝쇼크’수준의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2분기 순이익이193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6.4%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한자릿수로 소폭 증가한 데 반해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해 영업이익률도 하락했다. 삼성중공업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7.9%로 작년 2분기(10.7%)보다 3%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이달 말 실적을 발표하는 대우조선해양도 순이익이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조선업계의 위기는 유로존 사태에 따른 신규 주문 급감과 고가수주 비중 감소때문으로 분석된다.

각국 조선소가 보유한 일감이 얼마인지 보여주는 세계 수주잔량은 최근 9669만CGT까지 떨어졌다. 수주 잔량이 1억CGT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2005년 5월 이후 처음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에 조선·해운 경기가 얼어붙어 2009년부터 선박 수주액도 뚝 떨어졌다. 이때 수주 가격이 최근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보고있다.

실제로 세계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세계 조선업계가 호황이던 2007년 183.9에 달했던 선가(船價)지수는 2008년 176.5로 떨어졌으며 이후 2009년 137.7을 기록했다. 조선업체의 한 관계자는“수익성이 높았던 2008년 이전 수주물량의 매출 비중은 줄어들었고 2009년 이후 수주한 저가 선박의 매출 비중이 증가해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제는 2010년 반짝 나아졌던 시장 사정이 작년말부터 다시 얼어붙어 저가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클락슨 선가지수는 2010년 142.4, 작년 138.9로 2007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다시 2~3년 이후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박철홍기자 bigpe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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