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중(넥센타이어·KNN 회장)
흔히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만약 1925년에 경남도청이 진주에서 부산으로 옮겨가지 않고 계속 남아 있었다면 진주는 현재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또는 창원과 울산에서처럼 큰 국가공단이 진주에 생겼으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진주나 서부경남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지역이 발전을 하려면 지역의 총체적 힘을 모으게 만드는 구심점이 필요하고, 지역 전체가 역동성을 가질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도청이 부산으로 옮겨갈 때 진주시민들은 민란을 방불케 하는 시위를 했고, 도청에 들어가 단식농성을 벌였으며, 시민대회를 개최해 납세 거부와 관련 공직자 사퇴 등을 요구하며 극렬하게 저항했다. 도청 소재지의 비중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울산과 창원의 번성은 국가공단을 비롯한 제조업의 융성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의 공장들이 울산과 창원에 대거 포진해 인구를 늘리고 지역경제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진주와 서부경남은 오랜 기간 대규모 공단이나 대기업 유치와는 관계가 없는 지역처럼 돼 있었다. 진주 기업을 대표하던 대동기업마저 공장을 증설할 부지를 구하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다.
진주와 서부경남이 부산 울산 등 동부나, 창원통합시가 중심이 돼있는 중부경남보다도 훨씬 취약하게 된 것은 시대적 흐름에서 소외돼 있었거나, 또는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시대적 흐름에 동승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다.
지금 세계적인 흐름이 대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이고, 한편으로는 지방자치단체의 통합과 연합을 통한 경쟁력 제고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서부경남이 지자체 통합이나 연합을 통해 힘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또 마산 창원 진해 등 3개 시의 통합을 이미 이룬 창원시와도 비교가 된다.
지자체 통합 문제는 시각에 따라 다소 의견이 다를 수는 있겠으나, ‘부울경통합시’와 ‘ 서부경남 100만 도시 만들기’를 주장해온 필자는 진주와 서부경남을 빠르게 발전시키려면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창원시가 통합 초기에 약간의 갈등을 겪고 있지만 언젠가 갈등은 치유될 것이고, 먼 훗날에 가서 보면 훨씬 좋은 여건에서 지역발전을 해나가기 위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판정이 날 것으로 필자는 확신하고 있다.
서부경남을 전부 합쳐도 인구나 경제력에서 통합창원시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세상의 이치라는 것이 1 플러스 1이 반드시 2가 되는 것이 아니다. 1 플러스 1이 3이 될 수도 있고, 5가 될 수도 있다. 지자체의 통합과 연합이 이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이뤄진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겠다.
서부경남 통합은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갈등까지 생겨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제 다시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는 것이 시대적 변화와 흐름에 자율적·자발적으로 적응하면서 지역발전을 앞당기는 것인가를 끊임없이 논의해야 한다. 지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특히 행정책임자들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행정책임자들이 앞장 서야 지자체가 합쳐질 수 있다는 것은 통합창원시뿐만 아니라 일본 간사이광역연합 등 세계 각국의 사례에서 증명된다.
진주에 혁신도시가 생겨나고, 진주 사천에 공단과 대기업 계열사들이 들어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크게 부족하다. 수십년 후를 내다보면서 지자체의 덩치를 키우고, 더 넓은 공단을 만들고,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진주와 사천의 통합 시도가 실패를 했으나, 서부경남에도 동부경남처럼 100만 도시가 생겨나야 부울경지역 전체가 균형을 이루면서 골고루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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