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부터 휘발유까지 뛰는 물가에 비는 지갑
라면부터 휘발유까지 뛰는 물가에 비는 지갑
  • 연합뉴스
  • 승인 2012.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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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전방위 물가 대란 오나
먹거리에서 유류, 교통, 전기, 전셋집까지 서민 살림에 필요한 모든 물가가 줄줄이 인상 대열에 올라섰다.

억눌려 있던 물가인상 요인이 연말 대선을 앞두고 한꺼번에 터져나오면서 대란 조짐마저 보이자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비상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식탁물가 '인상 신호탄'…유가도 '들썩' = 서민 가계를 위협하는 물가 대란의신호탄은 먹거리 품목들이 쏘아 올렸다.

폭염으로 농수산물값이 폭등한데다 그간 정부가 규제하던 가공식품 가격도 잇따라 올라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 곡물 가격의 폭등으로 연말이 다가올수록 식품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당 4100원에 거래되던 시금치는 이달 17일 8400원까지 뛰어올랐다. 다다기오이, 가시오이, 취청오이 등 오이류도 한 달 새 44~104% 급등했다.

100g당 680~700원이었던 상추류 가격은 900원가량으로 뛰었으며 열무와 깻잎도각각 18%, 16% 뛰어올랐다. 포기당 2700원에 못 미치던 배추 가격은 지금은 3000원에 육박한다.

이 밖에 애호박(30%), 양배추(20%), 생강(13%) 등의 식재료들도 한 달 새 많이 올랐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배추, 오이 등 고랭지 채소는 한 달간 가뭄과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가격이 뛰어올랐다"며 "불볕더위에 이어 폭우가 쏟아져 잎, 뿌리 등이 썩는 무름병이나 괴사 현상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식탁 물가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생선 가격의 급등도 주부들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수산물 값도 폭염에 따른 해파리 출몰로 정상적 조업이 이뤄지지 않아 크게 뛰었다.

일년전 4㎏ 한 상자에 6만3000원이던 갈치 도매가격은 최근 11만원까지 올랐다. 명태 10㎏ 한 상자는 4만8000원에서 7만3000원으로 상승했다. 8000원이던 굴(2㎏) 가격은 1만1000원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일본 원전 사고 후 일본산 수산물이 자취를 감춘데다 치어(어린 고기)마저 마구 잡아들이는 어류 남획, 남해안 양식장의 적조 현상으로 인한 어류 집단폐사등 여러 요인이 겹친 탓이다.

주부 김모(38)씨는 "마트에 나가 장을 보려고 하면 가격이 너무 올라 물건을 집어들기가 겁난다"며 "경기는 안 좋다는데 채소, 생선, 과일 등이 다 올랐으니 살기가 더 팍팍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생삼치는 어획량이 절반 가까이 줄며 산지 시세가 30% 상승했고, 병어도 수확량이 지난해의 50%로 떨어졌다. 대표적 여름 생선인 민어도 어획량이 줄었다.

이에 따라 병어 가격은 지난해보다 25% 넘게, 민어도 비슷한 수준으로 값이 올랐다.

가공식품은 라면, 과자, 통조림, 음료, 주류 등 사실상 전분야에서 상승했다.

CJ제일제당은 햇반값을 10년만에 9.4% 인상했고, 동원과 사조 등 통조림업계도 지난달말 참치캔 가격을 올렸다.

또 롯데칠성음료와 코카콜라 등 음료업체도 콜라와 사이다 등 주요 제품 가격을 50원 안팎에서 올렸다.

농심은 국민스낵 새우깡 값을 11.1%나 올렸고, 삼양식품 역시 삼양라면 등 6개 라면 값을 50~60원 인상했다.

오리온과 해태제과 등도 조만간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릴 예정이고, 팔도 등도 라면값을 조정할 방침이어서 가공식품 값은 앞으로도 줄줄이 상승할 전망이다.

오비맥주는 20일부터 카스와 골든라거 등 전 제품의 출고가를 5.89% 인상하고, 하이트도 지난달 맥주 출고가를 5.93% 올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물가관리로 가격 인상을 자제했으나, 국제곡물가격 급등 등 원가 부담을 견디다 못한 업체들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가격은 더 올라갈 전망이다.

미국, 러시아 등 세계 곳곳의 가뭄으로 옥수수, 밀, 콩의 국제 가격이 이달 들어 폭등했는데 수입 가격은 국내 물가에 4~7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연말이 되면 밀가루가 올해 2분기보다 27.5%, 옥수수가루는 13.9% 급등하고 식물성 유지와 사료도 각각 10.6%, 8.8%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밀가루와 옥수수가루는 자장면, 빵, 국수, 맥주 등 `식탁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음식재료다. 사료 가격의 급등은 소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 가격의 상승을 불러온다.

성명환 농촌경제연구원 곡물실장은 "우리나라는 곡물 자급률이 워낙 낮아 국제 가격의 변동에 그대로 영향을 받는다"며 "연말이 되면 식재료 가격은 다시 한번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식탁 물가뿐 아니라 유가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7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1973.95원으로, 저점을 찍었던 7월16일 1891원에서 한 달만에 80원 넘게 올랐다.

두바이유가 8월 들어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타고 있어 당분간 국내 기름값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최근 유가 동향을 살펴봤을 때 국내유가가 국제유가의 흐름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중교통도 인상 예고…전기·전셋값도 예의주시 = 유가 상승으로 자가용을 집에 놔두고 다니더라도 물가 대란의 덫을 피하기는 어렵다.

'서민의 발'인 대중교통 요금이 상당수 하반기 중 올라갈 것으로 유력시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3년마다 인상되는 택시 요금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줄줄이 오를 예정이다.

부산이 내년 2월 택시 기본요금을 2200원에서 2900원으로 31.8% 인상하기로확정한 가운데 서울에서도 현재 2400원인 기본요금을 3200원으로 33.3% 올리는 방안이 접수돼 검토 중이다.

2년 주기로 오르는 일반 완행버스, 직행버스, 고속버스 등 '3대 시외버스' 요금도 올해 말 일제히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 여행의 대중화를 이끈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도 잇따라 요금을 올리는 추세다.

에어부산은 다음달 1일부터 국내선 공시운임을 평균 9.7% 올리기로 했고, 제주항공은 제주행 국내선 운임을 올리는 방안을 마련해 제주특별자치도와 협의 중이다.

티웨이항공도 다음달께 국내선 운임을 인상할 예정이며 취항 이래 한 번도 운임을 올리지 않은 진에어도 다른 항공사의 동향과 환율 및 유가 움직임을 지켜보며 김포~제주 노선의 요금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달 초 인상된 전기요금은 여전히 유류·액화천연가스·석탄 등 연료비 상승 압박을 받고 있어 연말께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남아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연료비 상승 등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10% 이상이지만 지난 6일부터 적용된 실제 인상률은 평균 4.9%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겨울철 전력 피크가 도래하기 전 추가 인상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파트 전셋값이 조금씩 들썩거린다는 점도 서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이처럼 생활물가가 전방위로 오르자 정부에서도 비상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관계부처들은 선제적으로 물가관리대책을 강구해서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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