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논의는 소상공인 대책에서 출발해야
경제민주화 논의는 소상공인 대책에서 출발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2.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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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경제민주화에 대한 관심이 대선정국을 앞두고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경제민주화란 헌법 제119조 2항에 표기된 내용이다. 서민과 소상공인의 생활기반이자 경제위기가 오면 실직자들이 새로운 업(業)의 출구로 활용되면서 상대적으로 진출입이 자유로운 서민상권 영역에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점령하는 것을, 늦었지만 정치권이 인지하고 내용과 폭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소상공인은 생계형이면서 골목형 상권을 형성하는 특징을 갖는다. 이들 영역에 대기업과 규모가 큰 투기성 자본의 침투가 극에 달하고 있다. 빵집, 세탁소, 음식점, 숙박업소, 꽃 소매, 가스, 슈퍼, 자동차 정비, 인테리어, 달걀 소매, 식자재 유통, 자전거 소매 등 어느 하나 가릴 데가 없다. 대형 유통세력의 지속적 출점으로 소상공인의 삶의 터전과 일자리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소상공인이란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제2조에 따라 ‘제조업, 광업, 운수업, 건설업 등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그 외 음식업, 도·소매업, 서비스업 등 기타 업종의 경우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체’를 말한다. 통계청에 의하면 2009년 말 기준 전국에 약 270만개에 522만명이 종사하고 있다. 업체수나 종사자수가 엄청나다. 그럼에도 근래의 대기업 침투는 형언키 어려울 지경이다.

전국적으로 대형마트는 2003년에 248개였는데, 지난해 말에 441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SSM 출점 수도 동기간에 234개에서 1090개로 네 배 반을 넘어섰다. 전국의 전통시장 수는 7년 사이에 10% 이상 자취를 감췄다. 소상공인들의 사업조정 신청으로 출발한 대형마트 휴무제마저도 시행 한 달 만에 제도의 과정과 방법으로 제동이 걸렸다. 특히 경남지역에서는 소비자의 시장이용에 관한 자율과 행복권 침해라는 이유로 휴무제를 강하게 압박하였다.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를 잘못 이해하면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제기한 ‘초과이익 공유제’와 같은 관념적 틀로 혹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남의 멀쩡한 사업과 재산을 ‘공유 재산화’시켜 버린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전혀 옳지 않은 오해의 빌미에 불과하다. 시장경제의 진화단계에서 민주적 시장경제의 연장선에 ‘경제민주화’가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시장경제란 보이지 않는 수요와 공급원리에 의한 시장규칙이 지배하고 국부가 창출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시장왜곡이 일어나고 환경파괴와 소득 불균형이 발생하자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게 된다. 그런데 정부의 그릇된 혹은 과도한 개입은 정부실패로 이어지는 사례가 왕왕 나타났다. 결국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되 과정과 내용을 민주적으로 하여 정부실패를 차단하고 효율 극대화를 지향하게 된다. 이것이 민주적 시장경제이다. 개방의 글로벌 사회에 적응하고 제도와 기술의 개혁과 표준화 및 재산권 보호 등에서도 민주적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금번 경제민주화 논의도 민주적 시장경제 관점에서 출발해야 하고, 그 중심에 소상공인 대책이 우선적이어야 한다. 첫째, 소상공인의 각 업종과 분야별로 전문가의 지속적인 컨설팅 지원이 따라야 한다. 프로그램과 예산은 당연히 지식경제부와 각 시·도에서 마련해야 한다. 둘째,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여 어르신과 주부 위주의 친화적 환경과 차별적 골목상권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는 각 지자체의 노력으로 가능하고 골목상권 내의 소상공인과 지자체 및 소비자가 함께 가꾸는 네트워크와 클러스터가 될 것이다. 셋째, 정부는 광역 시·도와 함께 ‘소상공인 닥터제도’를 만들고 소상공인 자활을 위해 세심하게 지도해야 한다. 국가산단의 기업주치의처럼 전문가 중심의 소상공인 닥터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넷째, 담보여력이 미미하여 금융접근이 매우 힘든 소상공인들을 위해 부채상환 금융부담과 카드수수료 조정, 신용보증조합 기능강화와 소상공인연합회의 금융·신용사업 추진 등이 요구된다. 다섯째, 올 12월부터 조합법이 개정 발효된다. 소상공인들도 조합을 구성하여 공동이익 창출 및 보호망 구축에 힘써야 한다. 여섯째, 청결, 친절, 안전, 전통 등은 대기업에 비해 소상공인들이 가질 수 있는 경쟁자원이자 가치임을 명심해야 한다. 시장원리에 부합하고 의타심을 버리며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비해 상대적 경쟁력을 갖도록 노력과 성찰도 필요하다.

끝으로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대형마트 휴무제처럼 땜빵식이 아니라 차제에 서민과 소상공인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유통산업 전반을 건실화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보완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경제민주화의 첫걸음이다.

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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