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사실
진실과 사실
  • 경남일보
  • 승인 2012.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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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정치적 비리나 사회적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이 검찰소환을 받고 검찰청 정문을 들어설 때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자신은 결백하며, 모든 진실을 검찰에서 소상히 밝히겠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그 결과는 대체로 구속수사로 끝이 나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진실을 이야기하고 사실을 이야기한다.

▶인간사회를 유지하게 해주는 사회적 행위가 여러 있지만, 그 기저에 사실과 진실 혹은 이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과정이 있다. 진실(眞實)은 거짓이 없이 바르고 참된 것이고, 사실(事實)은 실제로 있거나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것은 하나의 사실이다. 하나의 사건은 어느 누군가의 생각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시점에 일어난 하나의 사실이다. 여기에는 다른 사람의 입장도 필요 없고, 그 일에 대해 찬반을 나눠야 할 이유 또한 없다. 하지만 ‘왜?’라는 질문이 떠오름과 동시에 ‘진실’에 대한 문제가 나오게 된다.

▶진실은 사실일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사실은 진실에 대해 결정적인 것일 수 없다. 사실은 외적인 표현이고, 진실은 내적인 표현을 가지고 있다. 사실은 거짓이 없는 것이고, 진실은 거짓이 숨긴 것을 밝혀 내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진실의 실체는 거짓에서 출발한다.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은 무서운 것이다.

▶공천 비리로 국회의원이 당에서 제명되고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법 적용은 진실성보다 사실성이 더 우선된다. 사실관계의 구성을 우선으로 하고 사실관계의 구성이 거짓일 때 그것을 밝혀내는 것이 진실이다. 진실은 그것을 밝혀 내는 사람의 세상경험과 지혜 그리고 의지가 있어야 한다. 진실은 사실보다 고귀하다.

이재현·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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