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가을까지 머무는 비밀 많은 나그네새
봄부터 가을까지 머무는 비밀 많은 나그네새
  • 경남일보
  • 승인 2012.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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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와 함께 떠나는 생명신비여행 <8>쇠솔딱새

 

오늘 탐조여행의 주인공은 쇠솔딱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잠시 머무는 나그네새로만 알려져 있으나 비밀을 많이 간직한 새다. 강원도 방태산과 충북 월악산에서 번식이 추정되어온 희귀한 여름철새로 인도, 히말라야, 바이칼호 주변 캄차카와 우수리, 중국 북동부와 우리나라에서 번식하고 동남아시아지역에서 월동한다.

몸길이가 13cm로 아주 작은 산새로 몸의 윗면은 진한 회갈색이며, 눈에는 흰 테가 있다. 가슴과 배는 약간 밝은 회색빛이 돈다. 윗부리는 검은 갈색이고 아랫부리의 뒷부분은 황갈색이며 다리는 검은 갈색이다. 2010년 5월12일 오전 경남 함안군 대산면 반구정에서 처음으로 쇠솔딱새 둥지를 만났다. 우리나라에서 쇠솔딱새는 자주 발견됐으나 쇠솔딱새 둥지가 발견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곳 반구정은 낙동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600년이나 된 느티나무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곳이다. 다양한 수목이 자생하고 있어 새들의 먹이가 되는 나무 열매와 곤충류가 풍부한 곳으로 큰유리새가 번식을 하고 있는 모습도 확인되기도 하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 반구정 가는 길목 오래된 감나무 가지에 쇠솔딱새 부부가 은밀하게 둥지를 건축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건축도구가 부리와 몸이 전부인 쇠솔딱새 부부는 부지런히 둥지를 짓고 있었다. 외장재는 이끼와 풀줄기, 거미줄. 이들을 섞어 정교하게 만들고 있었다. 둥지 내부는 부드러운 풀뿌리와 새의 깃털을 내장재로 사용해 건축하고 있었다. 약 7일 만에 완성된 둥지는 안락했다.

둥지의 외부 형태는 밥그릇 모양으로 완성됐다. 둥지에서 짝짓기가 이뤄진 것인지 일주일이 지난 5월 24일부터 하루에 하나씩 모두 5개의 알을 낳았다. 알은 푸른색 또는 갈색을 띤 회백색을 하고 있었다. 5월 28일부터 알 품기에 들어가 6월 6일 부화를 했다. 알이 부화하자 어미는 반구정의 작은 둠벙에 서식하고 있는 잠자리, 나방, 나비, 등애, 애벌레 등 다양한 수서곤충 사냥에 나선다. 13cm밖에 되지 않은 작은 덩치지만 날아다니는 나비, 나방, 노린재 등 먹이를 잡는 공중사냥술 대단하다. 암수가 번갈아 가며 5분 간격으로 먹이 사냥에 나선다. 어미는 커다란 잠자리를 잡아와 한 마리의 입에 넣는 모습이 포착됐다. 어미는 잠자리를 다시 빼 다른 녀석 입에 넣는 일을 반복했다.

이렇게 잡아온 먹이를 어미는 새끼들에게 번갈아 먹인다. 어미의 건강식 덕분인지 새끼들은 하루하루 부쩍부쩍 자라 며칠만에 새의 형태를 갖췄다. 이곳 둥지를 떠날 정도로 새끼들은 무럭무럭 자라자 떠날 채비를 가진다.

시일이 지날수록 새끼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몸집이 둥지 밖으로까지 커져 둥지가 비좁을 정도다. 새끼의 몸집이 점점 커지자 어미는 잠시도 쉬지 않고 애기나방, 밀잠자리 등 먹이를 잡아 공급하기 바쁘다. 먹이의 크기도 커진다. 어미가 지친 탓인지 잠시 사냥을 멈추고 짬을 내 나뭇가지에 앉아 깃털을 다듬으면서 짧은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담겼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사냥을 시작하는 모습에서 숭고한 모성애가 느껴진다.

그런데 쇠솔딱새는 다른 새들과는 먹이를 모습이 특이하다. 보통 새끼 새들은 어미가 먹이 사냥을 해 둥지로 날아오면 입을 크게 벌리고 먹이를 서로 먹겠다고 요란스럽게 소리를 내지만 쇠솔딱새 새끼들은 어미가 사냥감을 물고 둥지에 도착해도 전혀 소리를 내지 않는다. 아마도 둥지 노출을 막기 위한 새끼들은 전략은 아닐까?

둥지는 안전이 최선이다. 천적을 불러들이는 최대의 적은 새끼들의 배설물이다. 그래서 새끼들의 배설물 처리는 새끼들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먹이를 물고 온 어미는 새끼들의 배설물을 물고 둥지에서 먼 곳까지 날아가 처리한다.

6월14일 다시 찾았을 때 새끼들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새끼들은 어미가 먹이를 물고 둥지를 찾아들어도 전혀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오늘부터를 먹이를 서로 먹겠다고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새끼가 부화한지 9일이 지나자 어미는 먹이 공급을 조금씩 줄이기 시작했다.

어미는 둥지 밖에서 먹이로 새끼들을 유인한다. 용기를 낸 새끼 2마리가 둥지 밖으로 나와 창공을 향해 날개짓을 한다. 힘찬 비행으로 새끼들은 그들의 둥지를 벗어났다. 이날은 쇠솔딱새가 알에서 부화한지 12일째인 6월17일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둥지를 박차고 날아간 새끼들은 이제 스스로 삶을 살아야 하는 방법을 점차 배워야 하는것이다. 다음날 아침 일찍 둥지를 떠난 새끼는 둥지 주변에 머물고 있었다. 나뭇가지에 앉아 어미가 사냥해 오는 먹이를 받아먹고 있다. 다른 나뭇가지에도 한 마리의 새끼가 어미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까지 둥지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새기는 3마리. 어미는 먹이를 잡아와 둥지에 남아 있는 새끼에게 번갈아 가며 먹인다. 둥지를 떠난 새끼는 어미에게 자기 위치를 알리기 위해 목을 터져라 소리를 질렀고, 어미는 둥지 밖의 새끼에게도 부지런히 먹이를 먹인다. 6월 18일 남아있는 3마리의 새끼도 안전하게 둥지를 떠났다. 둥지를 떠난 새끼들은 지금은 안전한 숲속에 몸을 숨기고 어미의 먹이를 기다리나, 점차 스스로 먹이 사냥에 나서게 되고, 독립개체로서 삶을 살아 가게 된다.

5월12일 처음 목격된 이후 48일간의 긴 쇠솔딱새 둥지여행이 이제 끝이 났다. 이제 둥지를 떠난 새끼들은 어미와 함께 가족을 이루고 안전하게 자라나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가족과 함께 월동지인 동남아시아로 떠난다. 다시 돌아올 약속을 남기고…./경남도청 공보관실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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