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불가능한 요구…사천시민 허탈
애초에 불가능한 요구…사천시민 허탈
  • 이웅재
  • 승인 2012.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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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날개부품 공장, 결국 산청으로

▲KAI가 23일 오전 사천시청 중회의실에서 사천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A320 날개하부구조물 생산공장이 산청으로 가는 것에 대해 사천시는 정서상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하 KAI)는 23일 오전 11시 사천시청 중회의실에서 정만규 사천시장을 비롯해 사천시 관계공무원, 사천시의회 최갑현 의장과 시의원,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A320 WBP 생산 공장의 사천 건립을 위한 적정 부지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종포스포츠파크에 산업단지를 조성해 제공하겠다’며 시장 확약서와 시의원 동의서 등 사천시의 유치 노력이 사실상 무산됐다. 사천시는 24일 열리는 KAI 이사회에 앞서 나온 입장표명인 만큼 KAI가 공식적으로 정리된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KAI측이 ‘사천시의 제안을 받아들이수 없었던 부분에 대한 설명’과 시민사회단체와의 질의 응답으로 진행됐다.

KAI측은 “사천시가 최종 제안한 종포부지가 사천시와 시의원 등의 적극적인 협조로 인허가 문제 등이 긍정적으로 검토되었으나 준설토 처리와 지내력 보강공사 등으로 일정내 공장 준공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KAI측이 밝힌 종포산단이 부적절하다는 내용을 보면 “A320 WBP 신규공장은 일반 조립공장과는 달리 대형 초정밀 장비 및 설비가 다수 설치·운영되는 항공기 부품 특수 가공 공장으로 지반이 단단해야 하는데 준설토로 매립한 종포산단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KAI는 종포산단의 지내력(지반이 중량을 지지해 버티는 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준설토를 전량 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약 36만 루베로 추전되는 준설토를 치환하기 위해서는 15톤 트럭으로 15만대가 투입돼야하는 만큼 11월 10일까지 부지 조성을 완료하는것은 어렵다는 것이 사천시의 입장이다. 공직사회 일부에서 불가능한 요구를 했다고 보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따라서 KAI는 “2014년 6월 초도 납품을 위해서는 늦어도 오는 9월말까지는 착공에 들어가 내년 6월 시제품 개발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납기일을 지키지 못하면, 당장 수주물량에 대한 배상도 문제지만 신뢰도가 추락, 그동안 해외 업체들과 경쟁하면서 추가로 수주하는데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도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천시민사회단체대표들은 한결같이 KAI의 이번 선택은 그동안 소음과 공해에 시달리면서도 인내해준 사천시민을 배신하는 행위에 다름없다고 다그치는가 하면 특히, 우량기업이 열악한 재정의 지자체를 압박해 각종 지원을 받아내는 행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만행이라고 지적했다.

사천시의회 최용석 의원은 “KAI가 사천시에 요구한 사항을 들어주면 약 250억원 정도가 된다. 기업이 이윤 추구를 위해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지방재정을 거덜내는 만행에 가까운 것”이라며 “향후 이러한 일이 재발된다면 시의회 차원에서 반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AI측은 “국내항공산업의 선두주자로써 국내 항공산업을 이끌어갈 책무가 있다.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업체를 대신해 KAI측이 물량을 확보해 일을 시키고 지원하는 것이 이번 수주의 배경”이라며 “이번과 같은 물량은 크게 증가하는 추세고 한국은 가격 등에서 국제 경쟁력이 있다. 후발항공산업국인 우리나라가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사천시민단체협의회 김인 회장은 “사천에 활주로가 없었으면 KAI가 사천에 왔겠느냐. 사천은 지금 항공국가산업단지로 지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때 KAI가 산청에 A320 날개하부구조물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멀리 볼 때 항공산업 발전에 역행하는 처사다.”고 따졌다.

KAI측은 “우리는 2020 중장기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목표를 실현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일이 있을 때는 먼저 사천시, 사회단체 등과 협의하겠다. 사천시와 정례협의체를 구성해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답변했다.

정만규 사천시장은 “KAI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기 위해 그동안 기울인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 허탈하다”며 “A320 WBP 생산공장을 사천에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 직원들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각종 지원을 감내하기로 해준 시민들께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시장은 “아직도 KAI가 요구한 종포산단의 준설토 치환 설명은 이해할 수 없다”며 아쉬움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사천/이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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