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아이
노인과 아이
  • 경남일보
  • 승인 2012.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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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스님 (천진복지재단 이사장)
현대인은 바쁘다. 그리고 사랑할 일도 감사할 일도 많은 요즘이다. 그렇지만 대도시로 갈수록 이웃에 누가 사는지 이웃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내다보지 않는 각박한 시대에 살고 있음은 사랑이나 감사의 마음이 아닌 씁쓸함으로 다가온다. 간간이 ‘노인이 홀로 지내다 죽어 며칠 후에 발견됐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릴 때마다 이 문제는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때라고 생각됐다. 서울의 쪽방촌을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혼자 사는 노인의 주거 환경이나 쓸쓸함이 도시 속의 속세를 보는 것 같지 않았던가? 그래서 나는 노인 복지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내 형편이 닿는 대로 10여 분의 어르신이 생의 마감을 충분히 행복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을 진주 인근에 마련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는 어렵고 고달픔이 누구에게나 따르지만 몇 번이나 놓고 싶은 이 사업을 개미군단처럼 도와주는 복지재단 후원회가 있어 내게 용기를 주었다. 점점 나눔과 기부라는 문화가 확산되는 것이 확실하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이런 문화가 발달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국민들도 선진국처럼 나눔과 기부에 마음을 써 주었다. 특히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노인복지와 봉사활동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선생님의 손을 잡고 봉사활동을 오는 어린 아이들이 참으로 고맙다. 지역사회와 기관에 도울 수 있는 일은 도우며 함께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보다 질 높은 봉사를 진심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초등학생이 노인 요양원에서 무슨 봉사활동을 얼마나 잘 할 수 있겠는가? 귀하게 한 둘만 키우는 자녀들에게 풀을 뽑으라고 하겠는가? 빨래를 하게 할 수 있나? 그런 이유로 초등학생이 봉사활동을 온다고 하면 꺼리는 곳이 많다고 한다. 우리 천진복지재단에서도 진주의 한 초등학교와 MOU 체결을 하고 어린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온다. 그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어깨를 주물러 주거나 리코더라도 불기라도 하면 표정없던 어르신도 빙긋이 웃음을 보이신다. 이것이 진정한 봉사고 나눔일 것이다. 아이들이 밟아 들이는 흙이 귀찮아서, 아이들이 가고 난 뒤의 뒷정리가 번거로워서 초등학생들의 봉사활동을 꺼리는 사회복지사나 요양시설이 있다면 한 번 짚어볼 일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요양원에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오는 Y초등학교 학생들도 처음에는 봉사에 익숙하지 않은 듯 많이 어색해 했지만 지금은 어르신과 함께 어울림이 자연스럽다. 지난번에는 입소한 지 얼마안된 어르신이 당신의 손녀를 떠올리셨는지 우시는 걸 보고 인솔해 온 선생님도 우리 요양원 관계자들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말벗이 되어드리고 풍선을 함께 불어 주는 등의 따뜻하고 작은 활동들이 주변에 널리 알려져 나눔의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봉사하지 않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

 자! 이제 바쁜 일상을 잠시 접고 사랑할 일도 감사할 일도 많은 봉사활동 대열에 함께 해보면 어떨까.

보은스님 (천진복지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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