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화수 시인
그대로 서 있는 철 모르는 코스모스
하얀 옷깃에 주름치마 입었던
첫 사랑 숙이를 닮았다
가을 바람 조금만 닿아도
속치마 보일까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손잡자 얼굴 붉히며
영락없는 열여섯 얼굴
십 년이면 산도 강도 변한다는데
삼십 수 년 넘는 세월 마져 속인
시누대 같은 몸매
남강둑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서 있네.
◆프로필= 1998 문학세계 신인상
◆작품설명= 바람결에 수줍게 흔들리는 코스모스, 고추잠자리 맴도는 저 길섶에 가을이 닿아 있다. 잠시 머문 햇살에도 감은 붉게 익어가고 들꽃들은 산고 중이다. 달은 담근 남강은 시간을 끌어당겨 지금 추억을 조제중이고. 기억은 사금파리처럼 빛난다. 첫 사랑은 늘 그런 것이니.(진주문협 회장 주강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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