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에도, 사랑이 싹트는 뒷골목 이야기
중세에도, 사랑이 싹트는 뒷골목 이야기
  • 연합뉴스
  • 승인 2012.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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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학자 양태자 박사 '중세의 뒷골목 사랑' 발간

 "밤에 불한당처럼 사랑을 품고 쳐들어간 총각은처녀의 침대에까지는 들어갈 수 있었지만 함께 옷을 입은 채 침대에 누워서 몇 시간동안 단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수만 있었다. (중략) 만약 이런 절차를 무시한 채 처녀의 방에서 밤을 지새우거나 함부로 하겠다고 난동을 피우는 총각은 마을 사람들에게 호된 처벌을 받았다."(87쪽)

 '중세의 뒷골목 풍경'에서 중세의 비주류 인생과 풍속을 소개했던 서양사학자 양태자 박사가 이번에는 중세인의 성(性)풍속사를 살펴보는 '중세의 뒷골목 사랑'을 발간했다.

 독일 예나대에서 비교종교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책에서 중세 유럽인은 어떻게 사랑하고 결혼하고 이혼했는지 구체적 예를 통해 소상하게 전한다.

 1, 2장에서는 당시 여러 종류의 결혼을 소개한다. 귀족이나 왕족 간에 성행한 문트 결혼, 신분이 높은 남자가 정부로 삼은 여인과 하는 프리델 결혼 등을 역사 속에피소드와 함께 전한다.

 중후반으로 넘어가면 기존 유럽사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특이한 풍속이 소개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풍속은 '찾아가는 밤'과 '결혼을 도와주는 남자'다.

 찾아가는 밤은 게르만족 미혼남녀 사이에서 유행했는데 총각이 지붕이나 다락방창문 등 위험한 경로를 택해 마음에 드는 처녀의 방을 찾아 구애하는 풍속이다. 다만, 처음 방문했을 때는 처녀와 섹스를 하거나 에로틱한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서로 마음에 들면 총각은 몇 번 더 처녀를 방문하면서 잠자리를 갖게 되고 결혼까지 이어지게 된다.

 결혼을 도와주는 남자 풍속은 서양판 씨내리라고 할 수 있다. 불임인 남성이 이웃집 남자를 찾아가 자기 부인과 잠자리를 갖게 한 게르만족 풍속이다.

 잠자리가 성사되면 남편은 첫날밤을 치른 이들에게 '신부 닭'이라고 불리는 닭고기 요리를 대접하며 시중까지 든다. 중세에는 자손에 대한 염원이 매우 컸기 때문에 결혼을 도와주는 남자를 동원해서라도 대를 이으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중세의 이런 성 문화는 지역에 따라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지방과 시대에 따라 다른 성 문화와 결혼 풍속도가 나타난 것은 그리스도교의 확산 속도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북유럽은 게르만족의 옛 풍속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지만, 남유럽은 일찍부터 교회의 권위에 눌리다 보니 민간풍속도 그리스도교 풍속과 뒤엉켜 특이한 형태로 이어져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랑. 272쪽. 1만5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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