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카드 긁어 보셨어요?"
"택시에서 카드 긁어 보셨어요?"
  • 강진성
  • 승인 2012.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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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진단]승객·기사 '소액결제' 눈치만…이용 저조

▲사진설명=한 택시 운전자가 카드로 택시요금을 결제하고 있다. 경남도가 2010년 부터 3년째 카드수수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도내 카드이용률은 3.5%대에 머물러 있다. 오태인기자
박상원(32·창원)씨는 택시요금을 카드로 결제하려다 운전사로부터 면박을 당했다. 박씨는 “요금이 3200원이었는데 마침 현금이 없어 카드를 건넸다. 운전사가 ‘얼마 안되는 요금을 카드로 하느냐’며 핀잔을 줘 불쾌했다”고 말했다. 그 일 이후 그는 소액은 아예 카드를 꺼낼 생각을 접었다.

 박서영(28·진주)씨는 카드사용을 할 때마다 눈치를 본다. 그는 “기분 좋게 계산해 주는 운전사도 있지만 대부분 표정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이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도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다”고 전했다.

 강수동(44·진주)씨는 카드결제가 가능한 것을 알지만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적은 금액인데다 운전기사를 귀찮게 하는 것 같아 현금을 낸다”고 말했다.

 5년째 진주에서 택시를 몰고 있는 김씨는 카드손님이 내키지 않는다. 카드전표를 회사에 제출하면 한달 뒤에나 월급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일당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김씨 입장에선 1개월이라는 시간은 꽤 멀게 느껴진다. 김씨는 “카드를 안 받을 수 없는 노릇이지만 3000원 미만의 요금인데 카드결제를 요구할때는 기분이 상한다”고 말했다.

도내 택시의 카드단말기 보급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용객 100명 중 3명만이 카드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9개 시·군의 택시요금 카드결제 건수는 199만 5713건으로 평균 결제율은 3.5%인 것으로 집계됐다. 양산이 6.4%로 가장 높았고 창원이 4.8%로 뒤를 이었다.

 도는 2010년 하반기부터 창원, 진주, 통영, 김해, 밀양, 거제, 양산, 함안, 하동 등 9개 시·군에 대해 카드수수료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도는 지난해 카드결제된 126억원의 수수료로 3억3200만원을 지출했다. 도가 이용객 편의와 택시이용 활성화를 위해 3년째 수수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카드 이용률이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서울지역의 카드결제율은 52.6%로 카드사용자가 절반을 넘어섰다. 물론 서울이 경남보다 평균요금이 많고 6년째 시행하고 있다지만 이용률이 15배나 차이가 나는 것은 크다는 지적이다.

 카드이용이 적은 이유에 대해 택시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용객들이 카드를 편하게 사용하는 분위기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택시회사나 운전사는 수수료 부담은 없지만 자금회전이 바로 되지 않기 때문이 아직까지 꺼리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현재 택시업계의 경우 카드매출에 대한 처리는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다. 법인의 경우 대게 1개월 후에 월급으로 따로 정산하거나 사납금 지급때 공제 처리하고 있다. 개인택시는 통상 3일 뒤에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다.

 진주의 한 법인택시 운전사는 “카드요금은 다음달에 현금으로 받는다. 월급받는 입장에서 임금 일부를 한달 뒤에 받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고 밝혔다.

 다른 택시업체 운전사는 정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사납금 낼 때 카드전표와 현금을 함께 계산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또 그는 “카드결제하는 시간이 얼마 안되지만 손님을 한번이라도 더 태워야 하는 입장에서 그 시간도 아까운 심정이다”고 밝혔다. 산간지역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카드단말기 신호가 잡히지 않아 운전사들이 꺼려하기도 했다.

 소액의 경우 카드사용을 자제하는 이용객 문화도 결제율이 낮은 원인으로 나타났다.

 경남도 주용범 교통민원계장은 “5000원 미만 금액에 대해 손님들 스스로 카드사용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의 경우 택시금액이 많다 보니 이용률도 높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도 카드택시 도입초기에는 3%대로 이용률이 높지 않았다”며 “경남 역시 카드 결제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 자연스럽게 이용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카드수수료를 경남도에서 지급하는 사실을 모르는 이용객도 많았다. 임효선(31)씨는 “수수료를 운전사가 내는 것으로 생각해 카드사용을 잘 안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운전자의 친절응대와 경남도의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운전자들이 카드대금을 늦게 지급받는 등 불편이 없도록 업체지도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남도는 창원, 진주 등 9개 시·군의 결제율이 20%에 도달할 때까지 수수료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9개 시군의 카드단말기 장착율은 57%를 나타냈다. 거제가 100%로 가장 높았고 밀양 98%, 진주 91%, 양산 89%, 창원 63%로 조사됐다. 반면 함안이 7%로 가장 적었고 김해 36%, 통영 42%, 하동 54%에 머물고 있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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