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이 세상을 바꾼다
미생물이 세상을 바꾼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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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 농업생명과학대학장)

작가 레이철 카슨은 그의 작품 ‘침묵의 봄’에서 화학합성 물질이 결국 지구의 생명력을 파괴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보장하기 어려운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것으로 예고한 바 있다. 친환경 농수산식품산업에 대한 세계적 요구가 증가하여 OECD에서는 2013년까지 합성농약의 생산량을 40% 감축하는 규제책을 내놓았다. 농축용으로 사용하는 항생제는 2012년까지 전면적으로 사용이 금지되어 동식물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농수산식품산업에 있어서 국제적 환경변화의 핵심은 합성농약이나 항생제 없이 현재수준 이상의 농수산업 생산성을 확보하여 지구촌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수산식품분야는 최종 소비자가 원하는 고품질의 안전한 농수산식품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생명과학기술을 활용한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현재 이상의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미래 생명과학기술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될 것이며, 생명과학기술의 소재인 미생물에서 그 해답을 찾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미생물이 지구 생태계를 지배

눈으로는 보기가 힘들 정도로 작은 크기의 생명체를 미생물이라고 한다. 보이지 않지만 흙 1g 속에는 중국의 인구보다 더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바닷물 표면에도 1ml에 약 1만마리 이상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지금 전 세계인구는 불과 흙 1g의 미생물 숫자와 같고, 미생물은 지구의 총생물체 중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미생물은 나름대로 지구 생태계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포도주, 김치, 유산균 음료, 치즈 등을 포함한 식품, 페니실린, 스트렙토마이신과 같은 의약품, 화장품, 비타민 등의 정밀 화학제품, 동물 사료 첨가제 및 환경오염 제어제재를 비롯한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제재를 생산하는데 미생물이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세계 바이오산업의 30%, 국내 바이오산업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은 미개발 유용미생물과 메타게놈 자원을 확보하여 활용하기 위한 기술을 선점하고자 매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보다 중요한 미생물의 역할은 환경을 복원하고 정화시키면서 다른 생명체와 상호작용을 하여 항생, 치유, 복원, 촉진, 영양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높은 온도와 압력, 희박한 산소 대신 황화가스가 존재하는 원시지구에서는 초기 생명체가 살아가기가 불가능하였다. 이러한 원시지구를 오늘날 인간을 중심으로 한 동식물, 곤충 등이 살 수 있게 만든 주역이 미생물이다. 이러한 미생물의 근원적인 역할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 안전성, 합성 화학물 대체, 자연순환형 폐기물 처리 등이 가능한 기술개발의 근간이 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농수산식품 분야에서 미생물의 비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분석된 유전체의 총수는 1548개(2010년 1월 11일 현재, Genomes OnLine Database v3.0)이며, 이중 미생물이 90% 이상 차지하고 있다. 현재 분석이 진행되고 있는 미생물 수는 세균과 고세균만 하더라도 5685개에 달하고 있어 미생물 유전체의 중요성을 대변하고 있다. 미생물 유전체는 인간유전체의 1/500~1/1100의 크기이기 때문에 동식물에 비해서 해독하는데 소요되는 연구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 뿐만 아니라 같은 크기 내에서도 단백질의 밀도가 높아서 실제로 산업적 응용도가 아주 높다.

농업생명과학, ‘미생물 보물지도’를 찾아야  

따라서 농업생명과학을 통해 미생물 유전체를 해석하게 되면 수천 개의 다양한 생명소재를 생산하는 공장, 환경을 정화하고 1, 2차 산물을 만드는 농장 그리고 각종 에너지를 만드는 발전소 등의 기능과 설계도가 들어있는 소위 ‘미생물 보물지도’를 만들 수가 있다. 미생물 보물지도를 이용하여 효율이 나쁜 공장은 다른 미생물이 있는 효율 높은 공장으로 바꿔 넣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유전체 내의 공정 순서를 바꾸거나 다른 미생물 공장과 뒤섞는 방법으로 새로운 신물질이나 에너지 창출도 가능하다. 이와 같이 미세한 미생물이 생명과학기술을 통해 광대한 세상을 바꿀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 농업생명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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