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기 (논설고문)
중국 후한의 ‘양진’은 형주 자사에서 동래 태수의 벼슬에 올랐는데, 창읍 현령 ‘왕밀’은 옛 상관이었던 양진을 대접하려고 한밤중에 그에게 황금을 예물로 갖다주었다. 양진은 예물을 거절하면서 ‘나는 그대를 아는데, 그대는 왜 나를 모르는가’라고 말하자 왕밀은 양진이 일부러 선물을 받지 않는 줄 알고 ‘한밤중이라 아무도 모를 겁니다’라고 선물을 받으라고 권했으나, 양진은 화를 내면서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너와 내가 아는데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가’라고 말하였고 이에 왕밀은 부끄러워하며 황금을 다시 가져갔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악의 종류가 두 가지 있다고 한다. 하나는 기무지(欺無知)요. 다른 하나는 불외유지(不畏有知)다. 기무지는 “아무도 본 이도 없고, 아는 이도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남을 속이는 자”를 말하는 것이다. 불외유지는 “하늘이 알고 신이 알고 내가 알고 자네가 알고 있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남을 속이는 자”를 말하는 것이다.
▶청렴이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사회가 변화해 가면서 현대적 청렴의 의미는 옛말의 뜻을 넘어섰다. 고사성어에 모야무지(暮夜無知)라는 말이 있다. ‘아주 깊은 밤중에 황금을 품고오다’라는 뜻으로, 아주 깊은 밤에 보고 듣는 사람이 없을 때 품에서 뇌물을 꺼내 몰래 주려고 하는 모습을 말’한다. ‘쥐도 새도 모르게 한 일이어서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지만, 다 들통나게 마련이다.
▶정당들의 공천헌금 의혹은 법이 가려줄 것이다. 한심한 건 따로 있다. ‘검은 돈’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유유상종일까, 비서가 고발했다는 점이다. 채근담에 “소인배와 원수가 되지 말라”고 했다. 애당초 불법적인 일을 꾸미지 말고, 평소 정도를 걷는 이들과 교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수기·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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