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루(雲鳥樓)
운조루(雲鳥樓)
  • 경남일보
  • 승인 2012.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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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선 (객원논설위원)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벗과 더불어 명승지를 찾아나서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은 없다. 남해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를 타고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사연을 담은 계곡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다. 박경리가 조선 말엽의 양반사회를 그려내면서 등장시킨 최참판의 악양과 김동리의 화개장터도 이곳에 있다.

▶피아골을 지나면 토지면에 금환낙지의 명당이라는 운조루(雲鳥樓)가 나타난다. 1776년(영조 52) 낙안군수를 지낸 분이 지었다는 운조루는 240여년의 세월을 견딘 고가답게 품위를 유지하면서도 명당이 갖춰야 할 조건들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백두대간에서 뻗어 내린 지리산 노고단을 조산(祖山)으로 삼고 광양의 백운산 줄기를 마주하여 터를 잡았는데, 밖으로 조산(朝山)이 안으로 안산(案山)인 오봉산을 감싸고 앉아 있다.

▶운조루를 둘러싼 물의 흐름도 기막힌 것이 있다. 오봉산 앞으로 흘러가는 섬진강 물은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데, 이 흘러빠지는 기를 보강하기 위해 노고단에서 흘러내린 물길을 집 앞으로 돌려 백호자리에 저수지를 만들어 물이 모이게 했다. 물의 흐름이 섬진강과 반대 방향이다. 운조루 앞에는 못을 파고 물을 가두어 연을 심었다. 집 바로 뒤에는 혈처를 만들어 낸 바위가 솟은 듯 숨어 있다. 해발 530m의 오산 봉우리 근처에 사성암이 있는데, 암자 뒤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허술한 백호 자리를 보강하기 위해 만든 인공 저수지의 의미가 보인다.

▶운조루라는 이름은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무심한 구름은 산 구렁에서 피어오르고(운무심이출수:雲無心以出岫), 날기에 지친 새는 돌아올 줄 안다(조권비이지환:鳥倦飛而知還)라는 문구의 첫 머리 두 글자를 따 ‘운조루’(雲鳥樓)라고 지었다고 한다. 옛 사람의 낭만적이고도 기개 넘친 기상이 엿보인다.

박동선·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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