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운스님 (천진복지재단 이사장)
절에 오는 신도들 중에는 기거형태와 상관없이 부모님을 봉양하거나 부모님의 편안한 노후를 걱정하는 참으로 기특한 젊은 노인(?)들이 있다. 올해로 쉰을 맞는 나이까지를 일컬어 베이비붐 세대라고 한다나 뭐라나. 그들을 일러 부모님을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이며 자식에게 버림받는 첫 세대일거라는 씁쓸한 전망을 하기도 한다.
하루는 어떤 신도가 와서 참으로 민망스러운 사실을 말했다. 그 신도는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으며 이제는 그 부모님이 나이 들고 정신을 자주 놓으셔서 시설로 모시고 싶은데 시설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판정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주위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병원 진단서뿐 아니라 환자와의 면담(실사)도 해야 하는데 그렇게 정신없는 소리를 하시던 분도 면접자만 오면 멀쩡해져서 제대로 판정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가족들이 환자에게 매달려 많은 곤란을 느낀다고 했다. 얼핏 듣기에는 제 낳아준 부모 하나 모시지 못하는 불효 막심한 자식으로 보일지 모르나 생계가 어려운 가정에 환자는 모두에게 부여된 숙제일지도 모른다.
요즘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요양원, 복지원, 요양병원 등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노인들에게는 시설 좋고 환경 좋은 집들이 많이 생겨 반갑지만 그곳으로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노인도 많이 있다. 그것은 등급 판정이 있어야 하고 등급에 따라 지불해야 하는 매달 본인부담금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진정한 복지국가로의 길은 노인복지 정책을 제대로 펴야 한다.
우리 신도가 모시는 부모님도 노인의 건강유지와 생활 안정 시책을 위한다면 몇 번의 면담만으로 판정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의 병력이나 환자의 상태 그리고 주위환경 등을 보아 등급이 매겨져야 할 것이다. 물론 사람이 처한 상황을 등급으로 매기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뿐이라고 한다만 기왕 등급을 매겨야 한다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치료돼야 함은 물론 노인도 사회적 존재이므로 사회적 활동과 욕구충족을 가능하게 하여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 정상적인 대인관계를 유지하게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노인생활 역시 노인생활 일부만의 충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全)생활적 측면에서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노인복지 서비스와 그 시책이 계획되고 종합적인 것으로 파악·이해되어야 한다.
/천진복지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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