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바다경계에 어민들만 고통
애매한 바다경계에 어민들만 고통
  • 이홍구
  • 승인 2012.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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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경남-전남 해상도계 분쟁

경남 남해와 전남 여수앞바다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두 지방자치단체 간의 대립이 격화되는 등 해상경계를 둘러싼 지자체 간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현행 법상 경남과 전남을 구분하는 명확한 바다경계(해상도계)가 없어 제 논에 물대기식 공방만 이어지고 있는 것. 정부도 지난 2008년부터 해상경계 법제화를 추진 중이지만 해안지역 조사도 마무리 짓지 못하고 각 부처끼리 책임만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경남 어업인 불이익=사천시와 남해군 등에 따르면 현재 도내 연안 어민들은 소치도 등을 잇는 임의의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경남-전남 도간 구역을 나눠 조업을 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의 해상도계는 섬을 기준으로 나뉘어 경남지역 어민들에게 상당히 불리하다는 것이다. 실제 멸치잡이철이면 해상도계를 넘어가 조업한 경남 어선들이 여수해양경찰에 적발되는 경우가 속출한다. 하지만 어업인들은 현재의 조업구역 자체가 법적 구속력이 없이 임의적으로 설정된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현재 조업구역과 관련한 분쟁으로 진행중인 소송만 10여건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해군 유병환 어업지도팀장은“현재 정해진 조업구역은 실정법으로 정확하게 규정된 것이 아니어서 조업구역을 넘어간 어민들이 본의아닌 피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법적 규정 모호한 해상경계=대한민국 명문법상 도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현재 경남과 전남의 해상도계는 1914년 조선총독부령에 근거를 둔 것이다. 지도상에 표기된 현재의 해상도계는 행정상의 도계가 아니며 단순히 도서의 소속을 지도상에 표시하기 위해 만들어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전남 측은 2004년 9월 헌법재판소가 경기도 평택과 충남 당진의 해상 매립지 관할권 분쟁에서 국토지리정보원의 경계선을 관습법으로 인정한 사실을 근거로 현재의 해상경계의 법적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남 측은 육지화된 매립지의 관할권 문제와 공해상의 육성수면 문제는 별개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한일 병합 당시 토지조사국에서 그은 공유수면상의 경계선은 지형도상 임의 기준일 뿐”이라며 “해상경계에 대한 법률도 없는 상태에서 전남 측의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밝혔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도상 해상경계는 도서 등 소속을 알아보기 쉽게 표기한 기호로 행정구역 경계와는 무관하다”며 “지자체 간 분쟁이 야기되면서 도서 소속 해독을 위한 최소한 해상경계만 표기하고 있다”고 했다.

◆법원 판결도 엇갈려=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지난달 24일 “해상에도 도(道) 간의 경계가 존재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남도와 경남도의 해상경계선은 오랜 전부터 형성돼 어업 종사자들이 잘 알고 있고, 어업허가증에 조업구역이 기재되어 있는 점, 또 지방자치법과 헌법재판소, 부산지방법원 판결 등을 참고한 결과 ‘해상경계는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여수시는 “그동안 분쟁을 빚어온 전남도와 경남도 간 해상경계 여부에 대해 “존재한다”는 판결을 내린 만큼 전남과 경남 어민 간 다툼도 사실상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번 판결은 광주지법 순천지원이 지난해 10월 여수시가 2008년 4월 도계를 0.5마일 침범하여 조업한 경남 사천선적 5.7t급 연안복합어선의 선주를 고발한 사건과 관련, ‘무죄 판결’을 내린 것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 법원은 “이 배가 조업구역을 벗어나 조업했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키 어렵고, 공유수면에 대한 행정구역을 구분하는 법률상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경남도 진동수 어업진흥과 주무관은“사안에 따라 달라지는 법원의 판결을 해상경계 분쟁에 이용하기 위해 아전인수식으로 제멋대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팔짱낀 정부=정부는 지난 2005년 전남과 경남간에 벌어진 키조개 해상 육성수면 분쟁에서도 해상경계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당시 해수부는 국토지리정보원의 도계간 경계선을 근거로 전남측의 육성수면을 승인했다. 현행법상 바다의 행정구역을 나누는 경계가 없기 때문에 참고용으로 쓰이던 이 선을 근거로 전남 측의 육성수면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남해어민과 경남도의 반발이 거세자 육성수면 지역을 공동조업수역으로 수정 지정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양측의 의견차로 무산됐다.

해상경계를 둘러싼 지자체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지만 정부는 명쾌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08년 해상경계 법제화를 추진했지만 부처간 소관업무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홍구기자 red29@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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