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정치권 ‘푸어대란’ 비명소리 안 들리는가?
정부·여당·정치권 ‘푸어대란’ 비명소리 안 들리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2.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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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최근 들어 하루가 멀게 언론에 등장하는 것이 각종 푸어(poor:가난한 사람) ‘신조어시리즈들’이다. 신라 때 백결(百結) 선생의 얘기처럼 ‘부(富)하고 귀(貴)한 것은 하늘에 있다’ 했지만 ‘푸어 전성시대’다. 워킹푸어, 리타이어푸어, 소호푸어는 올해 한국의 3대 푸어로 꼽는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 부분은 저임금으로 빈곤에 허덕이는 워킹푸어들이 담보대출로 집은 샀으나 원리금 상환에 지쳐있는 하우스 푸어들이다. 또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에듀푸어도 우리 사회의 큰 걱정거리로 등장했다. 푸어 문제를 해결 못하면 중산층이 몰락하는 ‘빚 쓰나미’ 사태가 올 수 있다.

요즘 심각한 푸어를 보면 워킹푸어(working:직업이 있지만 가난에서 못 벗어나는 근로빈곤층), 리타이어푸어(retire:자식교육으로 노후준비를 못한 은퇴 신빈곤층), 소호푸어(soho:장사가 안 되는 영세 자영업빈곤층), 하우스푸어(house:집이 있어도 대출 원리금 갚기가 어려운 유주택빈곤층), 렌트푸어(Rent:전세자금대출로 원리금 상환에 벅찬 무주택 세입자빈곤층), 스터디푸어(study:등록금마련이 어려운 대학생빈곤층), 에듀푸어(edu:자녀 교육비로 허리가 휘는 교육빈곤층), 허니문푸어(honeymoon:혼인준비로 돈이 바닥난 빈곤층), 베이비푸어(baby:아기 양육비 부담이 너무 큰 빈곤층) 등이다.

중산층 몰락, ‘빚 쓰나미’올 수 있다

 

과다한 교육비 지출로 가계수지의 적자를 면치 못하는 교육빈곤층이 305만 명에 이른다. 소득이 낮은데도 교육비 지출이 많은 에듀푸어가 전국에 82만4000가구에 이른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자녀 교육은 부모의 의무이고 미래를 위한 투자지만 지나쳐 노후를 옥죄는 덫이 됐다. 상황이 이 지경에 왔지만 교육당국과 정치권의 대처는 안이하기만 하다.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던 현 정권의 공약은 온데간데 없다. 공교육을 살리고 학력중시 위주 사회를 고치겠다는 약속 역시 구두선에 그쳤다. 공교육 살리기와 대입제도 개선을 통한 사교육비 줄이기, 대학 개혁을 통한 등록금 낮추기 등은 외면, 선심성 퍼주기식 복지공약만 남발,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교육열이 높아 대학진학률이 미국, 일본보다 높은 80%선은 나무랄 바 없으나 과도한 열정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빚을 지더라도 자녀를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낡은 의식구조도 청산 대상이다.

빚을 내서 집을 샀지만 과도한 금융비용 부담으로 허덕이는 가구가 주택보유자 10명 중 3명이 스스로를 하우스푸어로 생각하고 있다. 1000조원의 가계 부채 가운데 42%에 달하는 390조원이 주택담보대출이어서 집값이 계속 떨어질 때 그 폭발성은 엄청날 것이다. 하우스푸어 가구는 평균적으로 가처분소득의 40% 이상을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에 쏟아 넣고 있다.

전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절반가량이 내년까지 만기가 되거나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갚는 거치 기간이 끝난다니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대충 5대 시중은행만 따져봐도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와 일시 상환해야 하는 주택담보대출이 23조8000억 원이라 한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샀지만 값이 내려 팔아도 원금과 이자가 안 되는 ‘깡통’이 되고 있다. 하우스푸어의 투자가 실패한 것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다. 정부여당·정치권의 주택정책과 금융정책 실패 탓 등 국가적 문제라 대책을 세워야 한다.

위태위태하던 주택담보대출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기침체로 ‘깡통 아파트’, 즉, 하우스 푸어를 양산했다. 이는 당사자만의 고통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은행도 부실사태가 올 때는 그 파장은 엄청나다. 집값 하락이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몰고 오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실질적인 처방으로 충격완화 대책을 펼쳐야 한다. 우리의 부모들은 금융자산은 거의 없고 노후에 재태크로 보고 집 한 채만 달랑 갖게 된 것은 자녀교육과 혼인에 따른 지출이 너무 큰 탓이다.

줄 파산, 최악의 상황에 봉착할 수도

치솟는 실업률과 만연된 인플레이션에다 경기 침체, 물가상승, 일자리와 소득감소, 양극화 등으로 푸어들의 삶이 팍팍한 것에 대해 뭔가 정부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구조적 문제로 온갖 푸어가 양산된 만큼 그 대책도 국가나 사회가 세워주어야 한다고 보는 관점이다. 지금 같이 푸어가 지속되면 가계빚으로 인해 줄 파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봉착할 수 있음을 정부와 정치권은 잘 알 것이다. 이런 사태가 온 것은 대기업의 내부거래 등 사회가‘1% 대 99%’라는 경제민주화가 안된데다 강자는 약자를, 가진 자는 없는 자를 생각하지 않은 ‘탐욕’의 결과다. 정부·여당과 정치권은 푸어대란 비명소리 안 들리는가?

이수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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