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172>
오늘의 저편 <172>
  • 경남일보
  • 승인 2012.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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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댁은 헛기침을 했다. 빨리 관 뚜껑에 못질을 하라는 뜻이었다.

 ‘사망한지 사흘이나 되었는데???’

 얼굴색만 보면 사망한 것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진석의 시신에서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던가? 형식은 난처한 얼굴을 했다.

 ‘빨리, 어서 빨리 관을 내 가지 않고 뭐 하고 있는가?’

 화성댁이 또 ‘흠흠’ 소리를 냈다. 

 ‘제발, 부탁이다. 형식아, 빨리 관을 밖으로 옮겨 제발??.’

 형식의 마음을 재빨리 읽어버린 진석은 1분 1초가 초조하기만 했다.

 무서운 표정으로 돌변한 형식은 진석을 향하여 허리를 깊이 굽혔다.

 ‘형식아, 빨리 날 묻어줘. 제발 빨리, 빨리 날 좀 묻어달란 말야.’

 눈을 아주 조금 뜬 진석은 눈빛으로 강요했다.

 ‘혀엉! 미쳤어? 누날 봐. 가엾지도 않아?’

 그야말로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란 형식이도 눈으로 대꾸했다.

 ‘이 바보야, 민숙일 위해서야.’

 진석은 얼굴표정으로 애타게 말했다.

 ‘누난 형이 옆에 있어주길 원해.’

 형식의 눈빛.

 ‘너도 알잖아? 난, 짐만 될 뿐이라는 걸.’

 진석의 얼굴표정.

 “순희 아범, 빨리 보내주어야지.”

 화성댁이 형식에게 목을 돌리며 재촉했다. 사실은 그녀도 사위의 죽음이 미심쩍어지고 있었다. 방문을 여는 순간 악취가 진동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코를 아무리 킁킁거려도 썩는 냄새 같은 것이 나지 않고 있어서였다.

 “아, 예. 예.”

 까닭 없이 화가 솟구쳐 오른 형식은 진석을 무섭게 노려본 후 관 뚜껑을 덮어버렸다.

 ‘허허, 비싼 밥 먹고 죽을 궁리만 하더니, 허허. 잘 가게. 허허!’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화성댁은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 한쪽에선 사위의 명줄이 붙어있다고 잔인하게 소곤거렸다.

 “형식아, 안 돼. 잠깐만??.”

 형식이가 관 두껑에 못질을 하려고 하자 민숙은 숨넘어가는 소릴 내며 진석의 얼굴을 딱 한번만 보겠다고 했다.

 “부질없는 짓이다. 가는 사람 편하게 보내주엇!”

 화성댁이 단번에 광목 찧는 목소리를 ‘북’ 냈다. 형식에겐 한 많은 눈짓으로 독촉하고 있었다.

 ‘이건 살인행위야!’

 마음 한쪽에서 부르짖는 소리를 외면하듯 그녀는 눈을 감아버렸다.

 형식은 기꺼이 공범이 되어버리고 말겠다는 얼굴로 목을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한번만 오빠 얼구울??.”

 민숙은 하던 말을 다 하지도 못하고 정신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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