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이 머무는 진주로
관광객이 머무는 진주로
  • 경남일보
  • 승인 2012.09.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규석 (전 언론인)

한국의 대표적 소설가, 시인, 대중음악인 가운데는 왜 진주에서 태어났거나 진주에서 청장년기를 보낸 인사가 유별나게 많을까? 왜 농민항쟁이나 민권운동의 깃발을 전국 최초로 들게 된 곳이 진주였을까?

한국 최고의 소설가로 평가받는 박경리는 통영에서 태어났지만 열세살 때부터 5년여 동안 진주에서 여학교를 다녔다. 그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는 하동(평사리), 만주(용정) 그리고 진주다. ‘토지’에서 그녀는 남강과 촉석루, 의암을 아름답게 그렸고, 진주시민은 자존심이 강하고 문화의식이 여느 대도시 사람들보다 높다고 했다. 그리고 진주여중 기숙사 생활에 소설의 많은 분량을 할애했고 주인공이 진주에서 조선의 해방을 맞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리산’, ‘관부연락선’, ‘산하’ 등 많은 대작을 남긴 소설가 이병주는 고향이 하동이나 진주에서 농림학교를 다녔고 그의 소설에는 진주가 많이 나온다. 진주고를 다닌 시인 최계락은 진주 인근 농촌풍경을 시로 많이 그렸다.

또 진주 출신인 김서정은 전국 최고의 변사(서울 단성사)이면서 '신아리랑'을 편곡하고 진주 월아산을 생각하며 '강남달'을 작곡한 한국 최초의 대중가요 작곡가(외국가요 번안이 아닌)로 알려져 있다.

'목포의 눈물' 등 대중가요 1000여 곡을 작곡해 한국 전통음악을 트로트화한 손목인도 진주 출신이며 '나그네 설움' 등 800여 곡의 대중가요를 작곡한 이재호도 진주사람이다. 1940~1950년대 중반 한국 최고 인기가수 남인수도 진주사람이며, 한국가요를 국제가요제에 올리고 '안개' 등 대중가요 800여 곡을 작곡한 이봉조는 진주고, 1960~70년대에 많은 대중가요 히트곡과 영화음악, 만화음악을 발표한 정민섭은 진주사범 출신이다.

그런가 하면 진주에서는 고려 때 노비들이 그들의 해방을 외치며 난을 일으켰고 1860년초에는 탐관오리들에 맞서 수천명의 농민들이 항쟁을 벌였다. 또 일제강점기인 1920년초부터 백정 등 천민들의 인권을 보장하자는 형평운동이 진주에서 시작돼 10여 년 동안 전국으로 확산됐는데 이 운동은 강상호 선생 등 양반의 후손들이 이끌었다. 진주는 한국 민권운동의 시발지였다.

그런데 진주의 이 같은 자랑거리들을 지역 청소년에게 알려 자부심을 심어 주려는 모습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이따금 기념행사가 열린다지만 관계자들만 참석해 조용히 끝날 뿐이다. 문학관, 기념관을 만들어 진주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민권운동 선각자들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게 할 수 없을까?

강원도 평창은 ‘메밀꽃 필 무렵’을 내세워 '메밀꽃 축제(이효석문화제)'를 열흘 동안 열고 35만여 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았다. 진주시와 예총, 문화원은 관광객들이 촉석루 앞에서 사진 한두 컷 찍고 그냥 진주를 떠나는 것을 보면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이규석 (전 언론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