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무엇으로 사는가?
대학은 무엇으로 사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2.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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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진 (경상대학교 신문사 편집국장)

지난달 22일 지방의 한 사립대 교수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이 교수가 평소 졸업생의 취업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학 측은 “자살한 교수의 학과는 순수 인문예술 전공이라 취업률에 대한 압박이 없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이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원인이 정말 ‘취업률 스트레스’였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교수’의 자살을 두고 그 원인이 ‘취업률’이니 아니니 진실공방이 펼쳐졌다. ‘취업률 스트레스와 자살의 상관관계’가 이 사건의 핵심인 셈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보자. ‘취업률’이 왜 교수들의 스트레스 요인이 되고, 교수들을 자살로까지 몰아넣는 원흉이 된 것일까?

취업률이 낮은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이하 부실대학)으로 지정된다. 부실대학의 선정기준은 취업률뿐 아니라 재학생 충원율, 장학금 지급률, 전임교원 확보율 등 10개 지표에 대한 평가점수다. 지난달 31일 교육과학기술부는 ‘2013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43개교의 명단을 발표했다. 특히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 등의 ‘핵심 지표’가 부실한 13개 대학은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으로도 선정돼 내년 신입생이나 재학생이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부실대학’이라는 꼬리표를 달지 않기 위해서는 취업률 등 대학 평가지표에 대한 점수를 높여야만 한다. 특히 핵심지표인 취업률에 대한 압박은 고스란히 ‘교수’들의 어깨를 묵직하게 했다. 하지만 교수는 학문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며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지, 취업을 보장해 주는 사람이 아니다. 물론 취업도 중요하다. 하지만 ‘교수가 학생을 잘 가르치고, 그에게서 충분한 교육을 받은 학생이 사회에서 인정받아 ‘취업’이라는 일종의 결실을 이뤘다’라고 하면 이상할 것이 없지만, 현실은 그 반대를 원하고 있다. 이미 우리 사회는 ‘대학=취업관문’이라는 인식으로 물들어 있다. 사회의 요구에 따라 대학에서는 ‘취업’을 위한 교육이 이뤄지고, 더불어 취업률을 높이는 데 교수들을 내몰고 있다. 대학이라는 ‘연구 및 교육기관’과 교수라는 ‘연구자’ 겸 ‘교육자’가 ‘취업’을 얼마나 잘 시키느냐에 따라 평가되어 줄 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학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재정지원’이라는 당근을 앞에 두고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정부의 채찍에 맞지 않기 위해 대학과 교수들은 그 본질과 역할을 잃고(또는 잊고) 있다.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넘쳐나는 대학 가운데 질적으로 부실한 대학을 정리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지만, 정리수단이라 할 수 있는 ‘부실대학’ 선정조치가 과연 대학에서 이뤄지는 학문연구와 발전에 이바지하는 일인지 잘 모르겠다. 과연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 장학금 지급률과 같은 지표가 학문발전, 교육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이에 대해서는 정부가 대학에 기대하는 본질과 역할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부실대학’이라는 꼬리표를 피하기 위해 ‘대학’이라는 말들이 펼치는 ‘순위다툼’. 채찍을 휘두르는 정부와 당근이 필요한 각 대학들의 ‘취업률 레이스’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신소진·경상대학교 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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