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의 미(美)
신한국의 미(美)
  • 경남일보
  • 승인 2012.09.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학수 (수필가, 산청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은 굴곡으로 조화된 곡선미에 있다. 언제 어디서 보아도 높고 푸른 산맥과 맑고 유유한 물줄기는 한국의 미를 대표하고도 남는다. 그렇지만 제아무리 화려한 금수강산이라고 목청을 빼어도 그것은 외형으로 나타난 현상일 뿐 진실로 우리나라의 순수미는 바로 한국인의 곱고 순결한 ‘마음씨’라고 본다.

숭례문이나 석굴암은 말할 것도 없고, 가야토기에서부터 삼국시대의 문화유산이나 고려·조선의 자기에 이르기까지 한민족의 아름다운 마음씨가 아니고는 그런 대작이 생성될 리가 만무하다. 굳이 역사적 사실을 들이댈 필요도 없이 삼강오륜이나 미풍양속이 전통으로 계승되었는가 하면 근대에는 내 마을 내가 가꾸고자 하는 근면과 협동의 자주정신이 겨우 한국인의 새로운 도약과 조국애를 싹틔웠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한국적인 것’이나 ‘한국의 미’라고 내세우면서 자랑할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세계지도를 펼치면 남북으로 분단된 국토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거기에다 남쪽에서는 지역간·계층간에 양극으로 갈래갈래 찢어지고 서로를 경멸하고 저주하는 굿판이다. 정치무대는 더더욱 진흙탕이다. 민주와 자유가 밥 먹이고 사람 살리는 것처럼 한나라당과 비한나라당, 진보당과 보수당, 흑색당과 백색당, 사장당과 사원당은 물론 갖가지로 얽혀서 물고 씹고 하더니 이제는 엉뚱한 철수마저 순진한 영이를 유혹하여 새 세상을 온통 먹칠한다.

몇 번을 생각해도 전자의 이런 것들은 신한국의 미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위선과 과장으로 말로만 부르짖는 자유와 민주, 민중과 인권, 개혁과 진보, 99%와 1% 등은 한국민 전체의 미를 대표하는 고상하고 희귀한 용어가 아니다. 혼란스러운 세상, 꼬부라진 한국인의 마음을 곱게 밝힐 수 있는 어느 선인의 말씀이 떠오른다. ‘행복의 괴로움과 실체를 알아야 한다. 돈을 많이 벌어 부귀권세가 높아지고 소원이 이뤄지면 이것을 행복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이고 잠정적일 뿐 영원한 것은 아니다. 태어나는 것은 죽음의 원일일 따름이며, 시간이란 시작도 끝도 아닌 삶의 여정이니 매사에 정진하고 노력해야 한다. 심불참(心不懺), 신불괴(身不愧), 요불굴(腰不屈)이라.’

마음은 후회없이 하고, 얼굴은 부끄럽지 않게 하며, 허리는 비겁하게 구부리지 말라고 했으니 아무리 어렵고 힘이 들더라도 희망을 버리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한국인, 자신의 안방을 샅샅이 뒤져도 한 점 꿀리지 않는 청렴하고 정직한 그러한 지도자의 마음씨가 바로 신한국인의 미인 것이다.

남이 걸으면 무조건 진정성이 없는 행보이고, 내가 걸으면 진정성이 있다는 흑백논리를 앞세우는 놈팡이 무리들, 미칠 듯 광란을 부리면서 삐딱하게 반대만 일삼는 상판대기 꼬라지는 결코 대한민국을 갉아먹는 좀에 불과하다. 진실로 이 시대 새로운 한국인의 아름다움은 신뢰와 약속으로 원칙과 법치를 생활덕목으로 삼아 국민 전체의 행복을 꿈꾸는 그런 사람의 모습이라고 확신한다.

/수필가·산청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