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인생의 전부가 아닐진대
사랑은 인생의 전부가 아닐진대
  • 경남일보
  • 승인 2012.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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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사랑은 따뜻하고 아늑한 품이 되어 주거나 은둔의 땅에 내리는 함박눈의 축복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인생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생의 전부가 된다면 자기감정에 충직한 노예는 될 수 있으나, 자기 인생을 책임 있게 경영할 주체자는 못된다. 애인의 변심에 실의에 빠져 지내는 자이라면 인내심이 없고 총명하지 못한 더구나 분별 있는 자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 인생에서 수많은 꿈을 갖고 그 실현을 위하여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사랑이 제대로 안된다고 해서 소중한 꿈들을 버려서야 되겠는가. 물론 사랑은 소중하나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성을 사랑하느라 맡은바 일을 소홀히 하고 생활의 리듬이 무너진다면, 과연 그 사랑이 유익하겠는가? 진실로 아름다운 사랑은 사랑하느라고 자신의 일에 충실하게 되고, 어려운 일도 할 수 있음을 연출해 낸다. 그것이 성숙한 사랑의 모습이다. 사귀다 보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도 때로는 우정이 될 수도 있는 것. 성숙한 사람끼리의 사랑으로서, 사랑이 잘 안 되면 우정으로 지내 봐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정이 어째서 사랑만 못하겠는가? 그렇게 키워낸 우정이라면 얼마나 훌륭하고 아름다운가.

사랑이 소중한 것을 누가 모르랴만, 한두 번쯤 사랑에 실연당했다고 해서 인생을 비관만하고 지낸다는 것은 얼마나 허망스럽고도 어리석은 짓이겠느냐. 젊은이들이여, 진실로 성숙된 사랑은 그가 소원대로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사랑이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조종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이미 변심했다면, 그대로 놓아 주고 풀어 주는 것이 참된 사랑일 것이다. 사랑을 빙자하여 상대방을 괴롭히고, 사랑의 구실로 자기만의 바람을 충족시킨다면 그것이 어찌 성숙된 사랑이겠는가?

진실로 성숙된 사랑이라면 자신의 이익에 앞서 상대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에게 이롭다면 자기에겐 고통이 되더라도 상대의 성장을, 상대의 성취를 앞세워야 하는 것이다. 비관만 하는 것은 어떤 구실로도, 그럴듯한 명목으로도 결단코 미화될 수도 없는 자기만의 도피일 뿐이지, 그러고도 순수하게 사랑했다고 하겠느냐. 사랑이 아름답다는 것은 고통을 극복한 노력의 대가가 아닌가. 진실로 사랑의 아름다움을 위해서라면 사랑을 향하는 실로 으뜸인 자세를 삶의 방편이 아니라 삶에 목적으로 머물게 해야 한다.

사랑은 인생의 전부가 아닐진대, 인생 전부를 걸고 구애를 해서도, 사랑에 실패했다고 해서 실의에 빠져서도 안 된다. 이성을 사랑하는 것은 소중한 한가지임엔 틀림없으나, 사람이 살아가는데 사랑은 많은 꿈 중의 한 가지에 불과할 뿐 자신의 모든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삶의 진정한 모습은 사랑을 향하여 걸어가는 사랑의 본질적 실현에 있는 것이거늘, 마음 다하여 사랑할 만한 사람을 새롭게 만난다면 더없이 큰 축복이 아닌가. 혹은 만나지 못한다 해도, 찾으며 만들며 기다리며 살아가는 사랑에 대한 사람의 소망은 우리 인생을 얼마나 진실하고 향기롭게 해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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