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리더십은 처해있는 사회적 상황과 문화적 전통에 따라 달리 요구되는 지도자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닌가 싶다. 한 작은 마을이나 집단의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과 미국과 같은 이민으로 구성된 강대국 지도자의 자질요건이 똑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통일되고 안정된 부강한 나라의 경우와 지속적 전쟁도발의 위기 속에 있는 나라의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한결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서양의 민주주의 전통이 뿌리깊은 나라의 경우와 덕치주의라는 유교적 전통이 자리잡고 있는 동양의 경우가 같을 수만은 없다. 창업의 리더십과 수성(守成)의 리더십이 같지 않다는 것도 또 전시냐 아니냐에 따라 지도자의 덕목이 결코 같지 않다는 사실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러하기에 지도자는 어느 경우에나 이러해야 한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주 특수한 여건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 특수 여건이란 첫째로 분단국이라는 사실이다. 분단국도 그냥 분단국이 아니라 아주 호전적이고 언제나 남침준비가 되어 있는 또 동시대적 상식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비상식적인 동족과의 적대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런 북한을 상대로 평화공존과 통일작업을 해 나가야 할 과업을 지도자는 수행해야 한다.
두 번째는 그런 비상식적인 적대상태의 동족과 이념적이고도 정치적인 동질성을 주장하는 세력 즉 종북 좌파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난해한 상황에 우리의 지도자는 놓여 있다. 이들 모두를 북한에 보낼 수도 없고 불법행위를 하지 않는 한 무조건 처벌할 수도 없는 리더십의 시험대에 언제나 직면해야 한다.
네 번째로는 민주주의를 실천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 국민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말과는 다르게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국민이 아니다.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말하는 정치인들도 실제 생활에 들어가서는 사뭇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방송과의 인터뷰 도중에 마음에 안 든다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경우가 단적인 예다.
또 회의장에서는 토론이 잘 안된다. 어떤 지식인의 경우에도 경청보다는 주장이 앞선다. 기회의 평등과 법 앞에서의 평등을 잘 인정하려들지 않는다. 그러기에 ‘배 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참는다’는 우리만이 이해할 수 있는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느 나라 사회보다도 우리는 연고주의(緣故主義) 사회라는 점이 아주 특이하게 작용한다. 지연 학연 혈연이 뒤엉켜 사회작동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어떤 작은 사회에서건 이런 연고가 작동하지 않는 사회는 없다. 여기에 덧붙여 지역감정까지 끼어든다. 연고주의는 우리사회 발전의 순기능으로도 작용하지만 그 역기능 또한 자못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연고주의가 결국 대통령의 임기 말이면 대통령혈족이나 그 측근들의 무더기 감옥행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연고주의가 만사형통(萬事亨通)으로 진행되다가 발전하면 만사형통(萬事兄通)으로, 이는 다시 만사형통(萬事刑通)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여러 사정을 놓고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리더십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지형에 맞는 탱크를 개발하여 한국형 탱크라고 하듯이 한국특성에 맞는 지도자가 우리의 대통령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현재 거명되고 있는 사람들 중 누가 과연 한국형 지도자로 적합한가? 다 함께 생각해 볼 일이다.
김중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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