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느끼는 행복
여자가 느끼는 행복
  • 경남일보
  • 승인 2012.09.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여려 (결혼여성이민자)

9월로 바뀌면서 가을이 우리곁에 성큼 찾아왔다. 가을은 사색하기에 알맞다. 조용한 벤치에 앉아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해봐도 괜찮을 듯 싶다. 나와 대면하는 시간을 통해 우리가 꿈꾸는 행복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행복이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를 뜻한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결혼이주여성도 마찬가지다. 주위에는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다문화가정이 많다. 하지만 꿈에 부푼 결혼생활의 기대와 달리 실패하는 사례도 종종 접하게 돼 안타까울 때가 있다. 내국인과 달리 국제결혼의 이혼은 갈 곳 없는 이주여성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필자는 국가와 사회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부부관계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자가 느끼는 행복은 남자와 다르다. 여자는 남자가 바쁘다고 자기의 생일을 까먹지 않기를 바란다. 바쁜 가운데도 문자를 서로 주고받으면 아주 큰 기쁨이 된다. 바쁜 일상중에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짧은 전화라도 걸어주면 행복함이 넘칠 것이다. 무서울 때나 외로울 때 남자가 와서 여자를 껴안아주며 “내가 있다”고 말해주면 안정감을 되찾을 것이다.

여자는 아껴주고 사랑해주면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여자는 겉으로 강해 보여도 속은 연약하다. 남자들이 이를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무심코 드러내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다. 남자가 별 다른 느낌이 없더라도 모두 다 마음에 새긴 여자는 더 많은 사랑으로 남자에게 보답할 것이다.

집을 나서면서 아내의 볼에 입 맞추며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정다감하게 표현하기, 여자가 머리 스타일을 새로 바꾸면 한참 쳐다보고 “지난번보다 훨씬 더 예쁘네”라고 칭찬하기, 날씨가 좋을 때 여자를 데리고 산책하기, 자기 전에 여자한테 회사일이나 재미있는 일에 대해 얘기하기, 쇼핑할 때 항상 여자의 손을 잡고 다니면 여자가 더 많은 행복을 느낄 것이다.

여자들은 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보호받고 싶고 사랑을 받고 싶어 하기에 남자의 자상한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화산 같은 뜨거운 사랑도 필요없고 거센 파도 같은 사랑도 필요없다. 오직 끊이지 않고 오래오래 흐르는 시냇물 같은 사랑이 여자에게 평생의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같은 문화 속에 자랐든 서로 다른 문화 속에 자랐든 이런 공식으로 여자한테 잘해주면 충분히 문화를 뛰어넘어서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소운(金素雲)은 그의 수필에서 ‘가난한 날의 행복’을 노래했다. 따뜻한 밥 한 그릇에 찬으로 간장 한 종지를 마련한 남편은 초라한 밥상을 대할 아내를 생각하며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는 쪽지를 남긴다. 남편의 마음이 담긴 쪽지를 보고 아내는 왕후가 된 것보다 더 가슴 뿌듯한 행복감에 눈물이 핑 돌았다. 부부간의 소박한 사랑의 기억이 일생 동안 삶을 살아가는 큰 힘이 된다.

유여려 (결혼여성이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