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내가 누구인지 헤매고 있다
오늘도 나는 내가 누구인지 헤매고 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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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한국국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청소년기에 반드시 해야 할 중요한 과업, 과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교육학을 하는 사람이나 심리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Erikson의 이론을 떠올리며 ‘자아정체성’ 나는 누구인지를 찾아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을 ‘자아정체성(ego-identity)’이라고 한다. 자아정체성이란 자기 자신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본질적으로 불변하는 실체로 인식하는 개인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좀 어려운 개념이지만 풀어 말하면, 자신에 대해서 통합된 관념을 가지고 있느냐에 대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자아정체감이 형성되었다는 것은 자기의 성격, 취향, 가치관, 능력, 관심, 인간관, 세계관, 미래관 등에 대해 비교적 명료하고 구체적으로 자기를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런 이해가 지속성과 통합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개인의 이상과 행동 및 사회적 역할을 통합하는 자아의 기능에 의해서 이루어진 결과이며, 청소년기가 되었다고 해서 바로 획득되어지는 것도 아니다. 태어나서부터 자신을 탐색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 자신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그 기회 속에서 많은 경험을 통해 청소년기가 되어서 비로소 자아정체성이 획득되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유아기 때부터의 자신의 신체를 가지고 놀면서 특정한 반응이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대해 인식하는 등 자신을 관찰하면서 자신의 신체에 대해 지각하는 것 또한 자아정체성을 알아가는 첫 단계가 된다. 유아기에 나타나는 ‘나’라는 대명사를 사용하고 ‘내 거야’라는 도전적 태도 및 특정한 역할수행 등을 통해 자아가 최초로 출현하게 되고, 부모나 양육자와의 애착관계를 통해 그 믿음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보다 확고하게 함으로써 청소년기에 이르러 자아정체성이 획득되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청소년기가 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 청소년기가 길어지고 직업과 결혼을 선택하는 연령 또한 늦어지면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 또한 늦어지고 있는 사회적 현상을 보면 자아정체성이라는 것이 정말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장년기, 중년기가 되어도 여전히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나를 찾아 떠나는 많은 여행에 참여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명상과 같은 템플스테이, 감수성 훈련, 참 만남을 통한 치료, T그룹 등 내적 자아와 신체를 탐색하고,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의 성격과 잠재능력을 재발견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여전히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궁금해 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나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어쩌면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해서 더욱더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니면 사람들과 부딪치며 살아가는 것에 지친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이 세상을 혼자서 견고하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기 위해서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람 사는 세상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미래나 다 똑같을 것 같은데 어떻게 살아가는 모습은 나날이 다른지, 달라야 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소크라테스도 너 자신을 알라고 했고, 지금 우리도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만 하는 세상을 사는 것은 똑같은데…. 그 진리는 변한 것이 없는데, 우리 스스로를 알아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데 뭔가 더 알아야만 이 세상을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이 참 힘든 것 같다. 내가 나를 알아가는 만큼 내가 다른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 더 어려운 세상이고, 내가 나를 알고 나를 숨기면서 살아야 하고, 내가 다른 사람을 알아내서 그것을 까발려야만 살 수 있는 세상이 너무 야박해 보인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그만큼 살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예전과 다르게 사람들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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