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일가 집안싸움 ‘이제 그만’
재벌일가 집안싸움 ‘이제 그만’
  • 경남일보
  • 승인 2012.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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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석 (전 언론인)

지난 3일 통일교 문선명 총재가 별세한 뒤 '앞으로 후계자 자리를 놓고 혈육들끼리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개신교측에서는 우상화와 지나친 현세주의를 들어 통일교를 인정치 않지만 문선명 총재가 종교인이며 평화운동가이고 기업, 교육, 언론, 예술, 체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 세계적 인물이라는데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통일교에서는 총재직은 생전 고인의 언급에 따라 부인(한학자)이 물려받고 아들들의 업무분담도 정해져 말썽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녀 13명(생존자 4남6녀) 가운데 3남이 해외기업과 비정부기구를, 4남이 통일그룹회장과 통일교재단이사장, 7남이 통일교 세계회장을 맡는 등 후계구도가 안정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일교와 관계 없는 사람들 중에는 3남이 지난해 어머니가 대표인 세계 평화통일 가정연합선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전력이 있고 이젠 문 총재의 카리스마가 사라졌는데 조용할 수가 있겠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무엇보다 한국의 재벌들 가운데 창업주 별세 후 자식들끼리 후계자가 되려고 추악한 집안싸움을 벌인 대기업이 많다 보니 통일교의 앞날에 대해서도 그렇게 내다보는 것 같다.

삼성그룹의 경우 고 이병철 회장 별세 전부터 이건희 회장이 후계자가 된 데 대해 다른 아들, 딸의 반발이 적잖았던 것으로 소문났었고 이따금 불협화음이 밖으로 새어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던 것이 올해 들어 묵은 감정이 폭발한 듯 이건희 회장의 형님이 동생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데다 누나들도 편이 갈리고 이 회장은 형과 누나를 "천하에 몹쓸 사람"으로 매도했다. 한국대표라고 할 수 있는 세계적 기업의 총수와 그 일가가 벌이는 추태에 혀를 차는 국민이 많았다. 현대그룹도 마찬가지였다.

대한항공·한진그룹은 창업주 별세 후 형제 간의 암투가 극심했고 20여 년 동안 명절이나 창업주 제삿날에도 형제가 자리를 함께한 적이 없다는 게 그룹관계자의 말이다. 이처럼 재벌기업 경영주 집안에서 암투를 벌이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요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는 재벌기업 오너 가족들의 불화가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그런데 재벌일가의 집안싸움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그런 재벌들과 대비해 LG와 GS그룹의 동업과 분리에 대해 칭찬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같은 마을(진주시 지수면) 출신의 구씨·허씨가 동업으로 시작한 기업을 40여 년 동안 재벌로 키우고 갈라서면서도 말썽이 없었고 그 뒤에도 불협화음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게 놀랍다는 것이다. LG와 GS가 보수적이어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있지만 오너집안에 체면과 화목을 중시하는 양반문화가 남아 있어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장학재단을 만들고 체육단체회장을 맡고 사회봉사 활동을 많이 함으로써 차곡차곡 쌓아 올린 기업 이미지도 집안싸움 한번이면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실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재벌일가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전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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