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토종종자에 관심을 갖자
우리나라 토종종자에 관심을 갖자
  • 경남일보
  • 승인 2012.09.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남창 (남부산림자원연구소 농학박사)

예전에 보리는 보릿고개에 굶주린 배를 채워주던 고마운 곡식이었다. 쌀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1960년대엔 1인당 연간 보리 소비량이 40kg에 달했다. 요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의 거의 절반에 달한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더불어 먹을거리가 풍부해지면서 보리는 잠시 우리의 식탁에서 사라졌다. 그러다가 웰빙 열풍과 함께 배고픔과 가난의 상징이던 보리가 부활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 1인당 하루 보리 섭취량은 4.9g에 지나지 않는다. 필자가 왜 보리에 대한 어설픈 향수를 늘어놓는가 하면 인간이 발견한 위대한 것 중 불 다음으로 신기한 것이 보리라고 간혹 생각을 한다. 대부분의 식물은 겨울이 되면 생명력을 잃는다. 그러나 보리란 놈은 어떻게 꽁꽁 언 땅에서 생명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유용한 식량으로까지 이용되는 점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러한 위대한 식량자원 중 우리의 토종종자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간혹 미디어 매체를 통해 접한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 및 6·25전쟁 등을 거치면서 많은 토종종자가 사라지거나 해외로 유출되었다. 미국 전체 라일락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미스킴 라일락’은 서울 북한산에서 자라는 ‘수수꽃다리’를 토대로 개발된 것으로 1947년 미국 식물학자가 씨앗을 수집해 본국으로 가져간 후 관상용으로 육종했는데 현재는 로열티를 주고 역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세계시장에서 크리스마스 트리용 정원수로 인기를 끄는 나무는 ‘구상나무’이다. 한라산 중턱 이상의 고지대 등지에서 자생하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또한 세계적 농학자 노먼 블로그가 육종에 성공해 개발도상국의 식량문제 해결에 기여한 다수확 밀 품종 역시 우리 토종 밀 품종인 ‘앉은뱅이 밀’이 기초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최근에서야 국외로 반출된 토종자원을 반환받기 위해 정부 당국에서는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미국 1679점, 일본 1546점, 러시아 296점, 독일 901점 등)아울러 해외로 유출된 우리 종자를 찾는 작업과 함께 국내 종자수집도 못지않게 중요한 일로서 '토종종자 기증 캠페인'을 통해 식량작물 245점, 원예 및 약용작물 105점을 기증받아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 현재 보관하고 있는 종자 중 벼와 보리 등 식량작물은 414종 12만2000여 점으로 전체 종자의 76%를 차지하고 있지만 특용작물과 원예작물은 각각 258종 1만8500여 점, 462종 1만5000여 점으로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특히 각종 건강 기능성 물질의 보고인 특ㆍ약용작물 종자수집은 시급한 상황이다. 이와 같이 해외로 반출된 토종종자 외에도 산업화 과정, 기후변화 등으로 많은 토종종자들이 사라져 가고 있으며 향후에도 농업에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이 점차 고령화되어 감에 따라 재배하는 품종이 단순화됨으로써 급속히 토종종자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현실에 반하여 단순히 식량으로 생산하던 종자가 국제간 거래가 이루어지면서부터 이제는 식량전쟁의 승자는 가장 많은 종자를 가진 나라가 될 것이라는 종자전쟁이란 용어까지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며 아울러 국제식물 신품종 보호동맹 협약의 발표로 각 나라간 종자특허 전쟁을 뜨겁게 만들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우수한 종자를 많이 확보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종자를 개량해 확보하는 것이 종자강국이 되기 위한 기본과제인 것이다.

현재 세계 종자시장의 규모는 2012년 698억 달러에서 2020년 1650억 달러로 10년 새 두 배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 종자산업의 전망은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일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도 유전자원의 합리적인 관리체계가 미흡한 실정으로 우리나라 자생 토종종자를 남에게 빼앗기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종자산업의 전망을 더욱 밝게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및 기업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에서는 금보다 비싼 종자를 개발하기 위해 골든 시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으며 2030년까지 벼, 감자, 옥수수 등 글로블 수출종자 20종을 개발하여 종자수출을 현재 3200만 달러에서 50억 달러 규모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낡은 옷은 꿰매 입고 핸드폰은 불편해도 좀 더 쓰고 컴퓨터는 업그레이드라도 할 수 있지만 안 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일이 바로 우리의 토종종자 확보가 아닐까 필자는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