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통영소방서장)
그런데 문제는 상품들이 쌓여 있어야 할 공간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에 있다. 대형 판매시설에는 평소의 유통물량만을 고려해 창고나 적치장을 운영하다가 명절 등 반짝 특수대목 때 초과되는 물량이 매장 옆 통로나 계단, 비상구 등에 쌓이게 된다.
언론에도 늘상 위험성이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행해지고 있고 소방특별조사 중 현장점검 시에도 항상 같은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방 치울 건데 임시로 잠시 놓아둔 것이라 하거나 사람 한 명은 지나갈 수 있다는 등 관계자들은 변명을 하고 있지만 화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부주의로 일어날 수 있고 고의에 의한 방화의 위험도 날로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그 위험성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잠시 물건을 쌓아 놓은 것이라고는 하나 그 잠시 동안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피난의 중요성은 비단 판매업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추석대목을 맞아 손님이 몰리는 극장을 비롯한 다중이용업소의 경우 또한 관리 편의성 차원에서 비상구를 폐쇄하거나 훼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취지로 소방방재청에서는 비상구 폐쇄 등 불법행위 신고포상제를 도입했고 각 시·도에서 조례로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며, 위반시 관계자에게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비단 과태료라는 경제적인 부담의 행정질서벌이 아니더라도 영업주는 영업을 위해 고객을 초대하는 입장이고, 고객의 안전을 지켜줘야 한다는 도덕의식을 함양해 비상구를 비롯한 피난시설 유지관리를 생활화해야겠다. 이번 추석에는 성숙된 안전의식으로 매년 반복되는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 시민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용식·통영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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