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재 (취재2부 차장)
KAI는 A320 날개부품 공장 산청군 건립과 관련해 ‘협력업체의 수주 능력이 국제화에 못미쳐 대신 수주함으로써 벌어진 결과’라고 사천시민에게 해명했다. 그러면서 ‘협력업체의 육성을 위해 앞으로 이러한 일이 더 벌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사천시는 진퇴양난이다. 항공산업 집적화를 위해서는 무리가 가더라도 KAI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돈 벌려고 재정자립도 20%도 안되는 지자체를 거덜낸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KAI가 또 이와 같은 유사한 일감을 몰아 온다면 사천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출혈 경쟁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이런 때에 지역구 출신 여상규 국회의원이 따끔한 질책과 함께 상생의 제안을 내놨다. 이번 A320 날개부품 공장의 예를 교훈으로 삼아 미래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여 의원은 지난 7일 사천시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대기업이 돈 벌려고 재정자립도 20%도 안되는 지자체를 경쟁시켜 이득을 취하는 것은 지자체 재정을 파탄 낼 수도 있는 비난받을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여 의원은 또 “사천시는 당장을 보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게 돼 좋다고 볼 수 있지만 차후 다른 항공업체를 유치할 때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양시양비론에 불과하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여 의원의 진정성이 뒤를 이었다. ‘KAI-사천시 업무협력기구 상설화’ 제안과 ‘사천항공특구 지정’ 촉구다. 이날 여 의원은 “사천시가 항공산업의 메카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항공업체의 집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제하며 “KAI가 없는 사천시는 절대로 항공산업의 메카가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KAI도 그동안 소음과 불편 등 고통을 참고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준 사천시민의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번과 같은 결정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수주단계에서부터 사천시와 논의하는 등 긴밀한 협력체계를 갖추라”고 했다.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 다운 무게있는 발언이다. 시기도 적절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양자를 조율할 위치에 있는 여 의원의 입장표명이다. 여 의원이 함께 한다면 ‘KAI-사천시 업무협력기구’가 더 힘이 실릴 것이다. 대선 등 다가오는 바쁜 일정이 문제라면 이기간만은 핵심 측근이 대신하는 방법도 있다. 지경위 여당 간사인 여 의원의 가세는 사천시뿐만 아니라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될 터다. 특히, 앞으로 남은 중형항공기 생산을 두고 보면 여 의원의 역할이 더욱 간절하다. 또한 이날 여 의원이 빨리 신청할 수 있도록 지역출신 도의원들이 나서라고 촉구한 항공우주산업연구개발특구 지정과 관련해서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지정권자인 지식경제부 장관이 여 의원이 소속된 지경위라는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다. 지역발전을 앞당길 큰 이득이 보장된 일에 지역구 출신의원이 뒷짐져선 안된다.
요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이슈다. 이날 여 의원은 많은 시민 앞에서 양복 저고리를 벗었다. 지시하고 보고 받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 놓겠다는 것인지, 더워서 웃 저고리 벗었는지 유권자에게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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