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규 의원이 보여줄 사천시의 미래
여상규 의원이 보여줄 사천시의 미래
  • 경남일보
  • 승인 2012.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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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재 (취재2부 차장)

도시가 꾸준히 발전하기 위해서는 실정에 걸맞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사천시는 항공우주산업과 해양관광을 소재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항공우주산업의 도시를 꿈꾸게 된 것은 국내 유일 완제기 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 본사가 사천에 자리잡으면서 가능해졌다. 그리고 해양관광은 항구도시 삼천포시가 사천군과 합쳐지면서 시정의 큰 축으로 자리잡았다. 사천시의 양대 축인 항공산업과 관광산업이 양지역으로 갈려 추진되는 것을 흠잡아 이런저런 말들을 내뱉는 이가 간혹 있지만 항공과 관광을 소재로 삼은 것을 문제삼는 이는 없다. 한마디로 방향을 잘 잡은 것 같다. 그런데 최근 KAI가 수주해온 A320 날개부품 공장이 산청군에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이러한 그림에 혼돈이 왔다. 항공산업의 메카를 꿈꾸는 사천시로서는 단 하나의 항공업체라도 더 유치해야 할 판에 믿었던 KAI가 이러한 결정을 하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이번 KAI의 결정이 몰고올 후폭풍을 예상하면 사천시의 배신감에 상당히 무게가 실린다.

KAI는 A320 날개부품 공장 산청군 건립과 관련해 ‘협력업체의 수주 능력이 국제화에 못미쳐 대신 수주함으로써 벌어진 결과’라고 사천시민에게 해명했다. 그러면서 ‘협력업체의 육성을 위해 앞으로 이러한 일이 더 벌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사천시는 진퇴양난이다. 항공산업 집적화를 위해서는 무리가 가더라도 KAI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돈 벌려고 재정자립도 20%도 안되는 지자체를 거덜낸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KAI가 또 이와 같은 유사한 일감을 몰아 온다면 사천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출혈 경쟁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이런 때에 지역구 출신 여상규 국회의원이 따끔한 질책과 함께 상생의 제안을 내놨다. 이번 A320 날개부품 공장의 예를 교훈으로 삼아 미래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여 의원은 지난 7일 사천시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대기업이 돈 벌려고 재정자립도 20%도 안되는 지자체를 경쟁시켜 이득을 취하는 것은 지자체 재정을 파탄 낼 수도 있는 비난받을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여 의원은 또 “사천시는 당장을 보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게 돼 좋다고 볼 수 있지만 차후 다른 항공업체를 유치할 때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양시양비론에 불과하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여 의원의 진정성이 뒤를 이었다. ‘KAI-사천시 업무협력기구 상설화’ 제안과 ‘사천항공특구 지정’ 촉구다. 이날 여 의원은 “사천시가 항공산업의 메카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항공업체의 집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제하며 “KAI가 없는 사천시는 절대로 항공산업의 메카가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KAI도 그동안 소음과 불편 등 고통을 참고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준 사천시민의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번과 같은 결정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수주단계에서부터 사천시와 논의하는 등 긴밀한 협력체계를 갖추라”고 했다.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 다운 무게있는 발언이다. 시기도 적절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양자를 조율할 위치에 있는 여 의원의 입장표명이다. 여 의원이 함께 한다면 ‘KAI-사천시 업무협력기구’가 더 힘이 실릴 것이다. 대선 등 다가오는 바쁜 일정이 문제라면 이기간만은 핵심 측근이 대신하는 방법도 있다. 지경위 여당 간사인 여 의원의 가세는 사천시뿐만 아니라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될 터다. 특히, 앞으로 남은 중형항공기 생산을 두고 보면 여 의원의 역할이 더욱 간절하다. 또한 이날 여 의원이 빨리 신청할 수 있도록 지역출신 도의원들이 나서라고 촉구한 항공우주산업연구개발특구 지정과 관련해서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지정권자인 지식경제부 장관이 여 의원이 소속된 지경위라는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다. 지역발전을 앞당길 큰 이득이 보장된 일에 지역구 출신의원이 뒷짐져선 안된다.

요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이슈다. 이날 여 의원은 많은 시민 앞에서 양복 저고리를 벗었다. 지시하고 보고 받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 놓겠다는 것인지, 더워서 웃 저고리 벗었는지 유권자에게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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