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178>
오늘의 저편 <178>
  • 경남일보
  • 승인 2012.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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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식이도 서울을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용진아, 엄마가 갈게. 엄마가??.’

 민숙은 흡사 정신 나간 사람처럼 집으로 달렸다. 총으로 콩을 볶아대는 끔찍한 소리가 학동까지 들려오고 있는 판국이었다. 어린것이 깜짝깜짝 놀라곤 하며 울어버릴 모습들이 눈앞에서 돋아나고는 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안 되겠어요. 서울 갔다 올게요.”

 마침 툇마루로 나오고 있던 진석에게 다짜고짜 말했다.

 “뭐? 지금 여자 혼자 어딜 가겠다고?”

 서울 걱정에 가슴이 무겁던 진석이는 부지중에 화를 벌컥 냈다.

 “여자 혼자 가지 않으면요?”

 민숙은 톡 쏘아붙였다. 이어 억지웃음을 입가에 펴 바르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의 상처를 건드린 것만 같아 마음이 아려왔다.

 “미안해. 명색이 한 가정의 가장이 이런 꼴로 이러고 있어서.”

 진석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덩달아 억지웃음을 입가에 쿡 찍었다.

 “다, 다 당신 얼굴이 깨끗해졌어요!”

 별안간 민숙은 눈꺼풀을 번쩍 들어올렸다. 진석에게 달라붙어 있던 그 눈을 한사코 껌벅거렸다. 

 “뭐? 그럴 리가?”

 진석은 자신도 모르게 진짜 웃음을 빼물었다.

 “지, 진짜예요. 거울 가지고 올게요.”

 떨리는 음성으로 말한 민숙은 안채로 달렸다.

 “저, 정말!”

 진석이도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눈을 의심했다. 볼의 반점은 아예 보이지 않았고 이마의 반점은 그 크기가 아주 작아져 있었다.

 “그 약 있잖아요. 약효가 나타나나 봐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민숙은 친정으로 달렸다.

 “누가 숨이라도 넘어 가냐?”

 헉헉거리며 달려오는 딸을 본 화성댁은 눈을 멀겋게 떴다.

 “어머니, 그 약 좀 더 구해주세요.”

 민숙은 다짜고짜 약 타령부터 했다.

 “효과가 있더냐? 그러냐?”

 화성댁의 두 눈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얼굴이 깨끗해졌어요.”

 “정말이냐?”

 화성댁은 눈앞에 딸을 두고 딸네 집으로 달음질을 쳤다.   

 “장모님, 정말 감사합니다.”

 허겁지겁 달려오는 화성댁을 본 진석은 눈물을 흘렸다.

 사위의 얼굴을 본 화성댁은 천지신령님께 고맙다고 하며 동서남북으로 절을 해댔다.

 “어머니, 그 약 좀 더 구해주세요. 예?”

 민숙은 화성댁의 손을 절실하게 꼭 잡았다. 어머니가 해준 그 약을 조금만 더 먹으면 남편의 병이 완전히 다 나을 것만 같았다. 벌써부터 그와 함께 나란히 서울로 향할 꿈에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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