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농사 부르는 물관리 큰 보람
풍년농사 부르는 물관리 큰 보람
  • 이은수
  • 승인 2012.09.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동호 파수꾼 하석이(56) 관리관

 “좋은 물을 안정적으로 농민들에게 공급해 풍년농사를 기약하는 것이 사명이자 가장 큰 보람입니다.”

이상기후 탓에 태풍과 가뭄피해가 극심했던 올해는 어느해보다 풍년농사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 때문에 새삼 물관리의 소중함을 자각하게 된다. 치산치수(治山治水)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저수지를 관리하는 감독관을 만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얘기를 들어봤다.

경남에서 제일 큰 농업용 저수지인 하동호(河東湖)를 25년간 도맡아 관리를 해오고 있는 하동호 지킴이 하석이(56)씨의 저수지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그는 비가오나 눈이오나 하동댐을 떠나지 않고 지키는 파수꾼이다. 직책은 6급 관리담당이나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저수지와 동고동락하며 물관리에 청춘을 보낸 그에게 사람들은 주저없이 관리소장이라 불렀다.

하 관리관이 맡고 있는 하동호는 댐 구축으로 만들어진 산중 호수로 저수량만 3151만톤을 자랑한다. 그는 50만톤짜리 저수지 60개가 넘는 거대 분량의 물을 하동군 관내 11개 읍면 61개리와 사천시 서포면의 9개리 지역의 농지에 안정적으고 공급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사명감에 불타는 그의 얼굴은 검게 그을렸다.

하동호는 1985년 1월 착공, 1993년 11월 준공됐다. 하 관리관은 저수지 조성 초기인 1987년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특히 올해는 104년만의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7월 20일부터 8월 8일까지 강수량은 9mm로 평년(122.2mm)의 7% 수준에 불과했다. 그는 7월 하순부터 8월 상순까지 유례없는 무더위와 싸워야 했고, 강수량 감소, 일조량 증가, 그리고 가을 장마와 강력한 태풍이 잇따라 물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함양군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지만 장티푸스에 걸려 10년간 직장에 나가지 않고 있다가 저수지 관리 업무를 맡기 시작했습니다. 약간의 설레임도 있었어요. 호수같은 저수지를 돌보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자연을 벗삼아 지내는 것이 더없이 좋아 천직으로 생각하고 일하고 있습니다.”하 관리관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인근에 호텔 공사를 하고 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임금을 지불받지 못하자 호수에 뛰어들겠다고 난리를 쳤습니다. 어떤 젊은 부부는 저수지 입구에서 심하게 다투고는 물가로 달려들기도 했고, 청학동에 야영하던 7명이 기상악화로 귀중한 생명을 잃는 일을 겪었을 때는 충격에 잠시 정신을 놓기도 했죠.” 저수지 관리를 도맡아 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최근들어서는 낚시애호가들 사이에 쏘가리와 대형매기가 잘잡힌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문 꾼들이 조를 이뤄 수십명씩 몰려와 낚시꾼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는 체계적인 저수지 보전과 환경감시를 위해 주경야독끝에 요트자격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30여m 취수탑아래에는 그가 자식처럼 애지중지하는 보트가 놓여 있었다. 지리산 청정지역 상수원 보호구역에 하동호가 자리잡고 있는 까닭에 하 관리인은 수변관리에 애정을 쏟고 있다. 저수지 둘레 10km와 상류에 관리하는 묵계댐까지 왕복 30km 등 하루 70∼80km는 예사로 움직인다는 것이 주위의 귀띔이다.

무엇보다 본연의 임무는 물관리다. 하동호에서 사천 갈사만과 하동 서포만까지 물길이 200여리나 된다. 농민들은 하동호가 생긴 후 물걱정을 하지 않고 있지만 공급하는 측면에서는 이 부분에 가장 신경을 쓰며 집중하고 있다.

“올해 가뭄이 극심해서 물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3개월간 비상근무를 했죠. 물길이 끊어지지 않고 적당한 수온을 유지하며 적기에 공급되도록 노력을 했는데, 물 관리가 잘돼서 다행입니다. ”하 관리관은 안도했다. 근래에는 국지성 호우가 많이 내려 하류에 홍수가 나지 않도록 일기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물조절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맑은 바람과 왕성한 햇살을 받아야만 나락이 입을 벌려 꽃을 놀리고 나불거려야 하는데, 비가 내리면 나락에 빗물이 들어가고 결국 제대로 자라지 못해 썩습니다.” 처서 무렵의 날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체득적 삶의 지혜가 묻어났다.

하 관리관은 귀중한 물을 잘 관리하기 위해 삶의 터전을 저수지 주변 마을에 잡고 아내와 함께 일평생을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비가오면 한 밤중에도 달려와 근무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여름휴가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농경지 급수가 끝난 10월 이후에 갈 계획이란다. 그래도 불평 한마디 없이 풍년 농사를 기원하며 감사했다.

최근들어서는 아름다운 하동호를 관광자원화 하기위한 ‘저수지 명소화사업’이 한창 추진되고 있다.

“관광객들이 와서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것이 가끔 귀찮을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와서 하동호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년이 2년 여 남았는데 퇴직해서도 하동호를 떠나지 않고 고향을 지키는 마음으로 잘 가꾸고 보전하겠습니다.”하 관리관의 미소가 잔잔한 호수에 반짝였다.

글=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사진=황선필기자feel@gnnew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