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명인의 해법은 '오래된 정성'이다
치즈명인의 해법은 '오래된 정성'이다
  • 강진성
  • 승인 2012.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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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영성공스토리] '축산명인' 삼민목장 손민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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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대한민국 축산명인’인 삼민목장 손민우 대표가 치즈숙성실에서 자신이 만든 가우다치즈를 살펴보고 있다.

 

“돈을 쫓아가지 마라. 기술이 쌓이면 돈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젖소를 키우며 유가공식품을 만드는 삼민목장 손민우(53) 대표가 인터뷰내내 강조한 말이다. 손 대표는 기술의 가치를 최고로 친다. 개인 낙농업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직과 기술만큼 큰 덕목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함양군 유림면 옥매리에서 젖소 100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원유생산이 주업이지만 유가공분야에서도 최고에 올라있다.

 지난 2009년 그가 낙농업을 시작한지 26년만에 농촌진흥청에서 수여하는 축산분야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 명인’에 선정됐다. 농업인에겐 최고영예의 상이다. 외부 전문가의  깐깐한 심사를 통과해야 명인칭호를 받을 수 있다. 축산분야에서는 1년에 1명만 선정한다. 만약 후보자 실력이 명인자격에 미달될 경우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을 만큼 권위를 가지고 있다. 올해 4월엔 ‘신지식인농업인’에 선정됐다. 이른바 농업인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셈이다.

 손대표의 특기는 우수인자를 지닌 소를 생산하는 ‘종축개량’이다. 삼민목장 축사에 있는 젖소 중 우수등급(83점 이상)에 해당하는 소만 13마리에 이른다. 모든 젖소의 평균 점수도 81.4점으로 우수등급에 근접해있다. 한마디로 건강하고 우수한 젖소로 부터 원유생산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전국 6000여개 젖소농가에서 20위(0.003%)에 드는 성적이다.

 손대표가 최근 주위의 관심을 받는 것은 유가공제품 생산이다. 15년전 농장을 찾는 손님에게 대접하기 위해 치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1997년 인터넷 천리안 낙농가동호회에서 순천대 배인휴 교수의 제안으로 틈틈히 배웠다. 자리를 비우기 힘든 낙농업이지만 손 대표는 남들 쉬는 시간을 쪼개 뛰었다. 재미삼아 했던 치즈가공에 어느새 손대표는 푹 빠져있었다. 해외로 다니며 견학하고 동영상을 찍고 자료를 모았다. 아직도 사무실 한켠에는 그가 찍은 8mm테이프가 수북히 쌓여있다. 처음엔 모방이었지만 점점 우리입맛에 맞게 개량했다.

순천대 배 교수로 인해 치즈의 세계를 알게됐다면 그가 명인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독일 치즈 마이스터 정용삼씨 덕분이다. 정씨는 파독광부 출신으로 은퇴후 치즈 마이스터(장인)에 올랐다. 한국인 출신이다보니 손 대표와 같은 국내 유가공농업인들에게 애착을 가지고 가르쳤다.

치즈에 대한 열정은 이제 재미삼아 하던 수준을 넘었다. 배 대표가 치즈를 만들기 시작한지 꼭 10년을 맞이한 2006년, 축산과학원 자연치즈 콘테스트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했다. 1회 대회에 그의 이름을 새기는 큰 영광이었다. 명인자격뿐만 아니라 남들을 가르치는 수준에 올랐다. 그의 치즈 맛은 독일 치즈 전문가로 부터도 인정받았다. 그가 치즈에서 이룬 업적은 독일인이 김치로 명인반열에 오른것과 같은 성과에 견줄 수 있다.

 체계적인 교육기관이 없던 시절 실패를 반복하며 노하우를 익혔다. 15년간 그는 판매목적이 아닌 순수한 치즈기술연마에 공을 들였다. 배대표는 “돈 한푼 안받고 그동안 주위사람에게 치즈를 드렸다. 15년간 우리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시식행사를 해 온 셈”이라고 말했다.

판매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주변 요청이 많았다. 그도 그동안 익힌 노하우를 제품으로 선뵈고 싶었다. 그렇게 지난 6월 치즈 가공장이 완성됐다. 7월 식품생산 허가를 받고 제품을 출하했다. 유가공연구는 15년간 해 왔지만 판매를 시작한 것은 2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현재 생산되는 대표제품은 요구르트와 스트링치즈다. 요구르트는 삼민목장 원유의 신선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달지도 시지도 않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맛에 맞췄다.

신선치즈인 스트링치즈는 아이들과 여성용 간식에 인기가 많다. 삼민목장의 유가공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직접 생산한 신선한 우유로 바로 만든다는 것이다.


 숙성치즈는 조만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와인 안주로 유명한 가우다(고다) 치즈는 우리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을 마치고 개량화 작업중이다. 소금을 줄이고 부드럽게 만들었다. 한국인이 좋아할 맛과 촉감을 가지고 있다보니 외국산 가우다치즈보다 더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우다치즈의 권위자인 정용삼 마이스터에게 직접 기술을 전수받았다. 가우다치즈는 손대표가 가장 자신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손 대표의 유가공품은 아직 시중에서 찾아볼 수 없다. 원유생산이 주업이다보니 인터넷과 전화로 주문받은 만큼만 생산하고 있다. 판매활로를 물색해야 하지만 아직 손 대표는 지금도 치즈가공 기술연마에 더 관심이 가있다. 명인에 올른 그지만 ‘ 돈을 쫓기보다 기술을 쫓아라’는 자신의 조언을 15년째 실천하고 있다.

그는 아직도 외국에 가면 배울게 많다고 겸손해 한다. 모방으로 시작했던 치즈가공을 이제는 우리 입맛에 맞게 만드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1983년 산청에서 젖소 2마리로 시작해 명인에 오른 손 대표. 양산에서 목장일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젖소 곁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던 그가 대한민국 최고에 오르기까지는 배움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이룰것은 많다. 홀스타인(젖소) 품종 콘테스트에서 많은 상을 받았지만 최고상인 ‘그랜드챔피언’과 인연이 없었다. 종축개량 분야에서 최고상을 받는 것은 그의 제1과제다. 유제품분야에선 우리입맛에 맞는 치즈와 요구르트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싶다. 지역주민과 함께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나눔정신 실천 역시 그가 포기할 수 없는 삶의 목표다.

명인이 만든 삼민목장의 유가공품인 요구르트, 스트링치즈 등을 구입 또는 문의하고자 할 경우 삼민목장 홈페이지(http://smfarm.net)나 전화 010-9667-6796으로 하면 된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

 

손민우 대표의 조언



-돈만 쫓아가지마라. 기술이 쌓이면 자연스레 따라온다

-기술이 우선이다. 맛있고 좋은 제품 만들면 언젠가는 알아준다.

-빚을 내서 하지마라. 결국 돈에 쫓기게 된다.

-조금 배웠다고 돈을 따라가지마라. 기술이 정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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