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을 지켜야 하는 이유
농업·농촌을 지켜야 하는 이유
  • 경남일보
  • 승인 2012.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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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기 (한국농촌공사 창원지사 농지은행팀장)

도시에서 고향으로 이사와 정착한지도 벌써 21년이 되었다. 그건 아마도 농촌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 막걸리 주전자 심부름을 시작으로 여름방학 땐 소 먹이고, 겨울방학 땐 나무하면서 성장함에 따라 나이에 걸맞은 집안일을 거들어야만 했던 유년시절이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랑논에서 온 가족과 품앗이로 빽빽하게 들어서 모내기를 하던 모습, 논두렁 밭두렁에 앉아 새참을 나눠먹던 모습, 황금 들녘엔 허수아비가 늘어서 있고 이따금 들려오는 경운기 소리가 신기하게 들리던, 그런 정겨운 모습들이 직장에서 오십보백보 경쟁하며 사는 동안 사라져 갔다.

지금 농업분야에선 개방화에 따라 값싼 수입 농산물이 물밀듯 밀려와 어떤 작목을 어떤 방법으로 맞서야 생산비를 건질지 도무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대내외 환경이 악화되었다. 전통적 농법으로도 온 가족의 생계를 해결해 왔던 우리 부모님들 세대는 미처 대응할 태세도 갖추지 못한 채 생업을 계속해야 할지, 포기해야 할지 암담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내가 만난 한 농업인은 “우리 농촌의 앞날은 희망이 보이질 않습니다. 고령화와 인력난, 자녀결혼 문제, 영농자재가 인상, 부채로 많은 농가가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을 따름입니다”라고 한 말이 가슴 아프게 들렸다. 세계 어느 나라도 농업을 포기하고서 선진국이 된 예는 없다. 국민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통일시대를 대비해서라도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가 농촌을 지키고 가꾸어 나가는데 한 치의 주저함도 없어야 할 것이다.

농촌을 사랑하는 마음은 가까운 곳에서, 그리고 작은 일에서부터 실천하는 일이다. 농사는 누구나 지을 수는 있어도 아무나 짓는 건 아니다. 우리가 잊고 살아온 농촌의 아름다운 경관과 쾌적한 삶의 공간을 누린 데 대해 이젠 세계 일곱 번째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 이상)국가, 무역규모 세계 7위 국가로서 우리 국민은 그 고마움을 농촌과 농업인에게 베풀어야 한다.

우리 공사는 국민의 먹을거리 생산기반 조성과 농어촌 자원의 선량한 이용관리 및 가치증진을 통하여 농어촌의 경제·사회적 발전과 국토환경 보전에 기여하는 준정부기관으로 매년 고객만족 향상을 위해 고품격 서비스 제공으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직장에서 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농업인을 내 부모형제처럼 맞이할 때 진솔한 대화로 소통할 수 있어 고객에게 감동을 줄 뿐만 아니라 소외되었던 농업인 계층에 대한 배려가 아닌가 싶다. 

따라서 농촌체험을 통해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해온 뿌리 깊은 농업을 농업인과 함께 땀 흘려 일하면서 농업인의 고통과 어려움을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난 15여 년 전부터 300㎡가량의 텃밭을 가꾸어 오고 있다. 젊었을 때는 저 따위 소득 없는 일을 무엇하러 하느냐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농촌과 농업이 내 삶의 빈자리를 메워주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농촌체험은 자신의 건전한 여가생활과 건강을 유지하는데도 유익할 뿐더러 농업인의 땀과 결실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

곧 다가올 추석에는 우리 모두의 아늑한 고향, 농촌의 풍성함과 정겨움을 고향방문으로 새롭게 느껴보자.

/신수기·한국농촌공사 창원지사 농지은행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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