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과 부모교육
성폭행범과 부모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2.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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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육연구원장)

최근 조두순 사건부터 통영 초등생 살해사건, 나주 성폭행·살인미수 사건까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성폭력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여자아이를 둔 부모들의 마음을 한없이 무겁게 하고 불안에 떨게 한다. 성범죄자들의 ‘묻지마 범죄’로 사회는 대책 없이 당하고 황폐화되고 있으니 큰 문제이다.

오죽하면 경찰과 검찰로 한계를 느끼고 시민들이 직접 나서 ‘발자국’이란 아동 성폭력을 추방하기 위한 자발적인 모임까지 인터넷 카페에 개설하고, 서울역 광장에서 아동 성폭력 추방 촉구집회까지 열고 있는 상황이 되었을까. 경찰청 통계로 본 지난해 국내에서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는 2054건으로 하루 평균 5~6명의 아동이 성폭력 피해자가 되었다니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

정부에서는 사고 때마다 성범죄 대책을 내놓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해서 성범죄 방지 대책발표 후에 성범죄는 보란 듯이 더 극성을 부려 시민들을 괴롭히고 있으니 국민들의 불신 또한 여전하다. 사회를 황폐화시키고 자라나는 사회 구성원의 영혼을 꺾어버리는 잔인한 성범죄자들에 대해 죄의 무게를 심판하는 관계자들은 ‘우범적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성범죄자 또는 포르노를 자주 접해서, 술에 취해서’ 등등의 이유를 대면서 죄질의 형량을 희석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성범죄 처벌 ‘집행유예’가 높다 보니 성범죄자들은 죄를 지어도 마땅한 처벌을 받지 않고 또 법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계속되어 재범·삼범 식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성폭행 범죄자들에게 처벌을 강화해서 19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은 최고 무기징역까지 벌하고 또 친고죄도 없애는 쪽으로 대책방향을 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처벌이 법률로서 정착되려면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빨리 성립시킬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별 아동 성폭행 처벌수위를 보면 영국이나 스위스는 종신형이며 프랑스는 최소한 징역 20년이다. 미국 또한 최소 징역 25년이며, 중국은 사형으로 되어 있다. 이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의 아동 성폭행 처벌수위는 피해자가 13~19세 미만이면 5년 이상 유기징역형, 강제추행은 1년 이상 징역에 불과하므로 엄벌한 처벌수위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법무부도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범죄에 대해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친고죄 조항의 전면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문제는 성범죄 보호감호 상태에서 재범률이 80%나 된다고 하니 이에 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하다. 실제로 지난 7일 전남 해남터미널 인근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려다 주민에게 붙잡힌 범죄자는 성폭력 전과 2범으로 보호관찰소에서 상담을 하고 문을 나선지 20분 만에 이러한 범행을 저질렀고, 또 지난달 20일 서울 중곡동의 한 주택에서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흉기로 살해한 범죄자도 전자발찌를 찬 채 보호관찰을 받던 중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성폭행범의 처벌도 구조적으로 강화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앞으로 계속해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성범죄자의 범죄행위를 막기 위해서 국가와 지역사회에서 궁극적으로 어떤 예방대책을 세워야 할까? 성범죄자들을 만드는 온상은 일차적으로 그들의 부모이다. 그동안 사회를 병들게 했던 대부분의 성범죄자들이 모두 가정환경이 불우했다. 부모가 이혼을 하거나 가출을 하거나 등등으로 어린 시절부터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의지할 데 없이 자라면서 도둑질를 비롯한 각종 범죄에 노출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성범죄자 대부분이 어린 시절 가정에서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비뚤어져 결국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부모가 자녀를 낳아 놓고 제대로 기르지 못했을 때 일어나는 폐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따라서 성범죄자 양산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부모가 이를 각성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를 출산하는 것만으로 부모역할을 끝내는 것이 아니고, 그 자녀가 최대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애정을 가지고 보살펴야 한다. 이러한 부모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교육하는 부모교육이 사회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하겠다. 가래로도 못 막을 일을 부모교육을 잘해서 호미로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래서 성범죄 없이 자녀들이 마음 놓고 자라는 환경을 만들어주자.

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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