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부르시거든
부모가 부르시거든
  • 경남일보
  • 승인 2012.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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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 (경남도교육청 장학관)
“아버지께서 부르시거든, 즉시 대답하여 머뭇거리지 말며 입에 음식이 있거든 이를 뱉을 지어다.”이는 명심보감 ‘효행편’에 있는 내용이다. 상황 설정이 현실적이며 직설적 표현이다. ‘부르시거든’ 곧바로 대답하고, ‘음식이 입에 있거든’ 어떻게 할 것이냐? ‘뱉는다’

태도의 전형은 시대상에서 터를 하여 표출될 것이다. 교육기회가 제한적이고 지식정보의 흐름이 수직적인 시대에는 나이에 비례되는 대우가 가능하였다. 경험에 의한 지식의 축적으로 가르침을 줄 수 있어 연장자의 부름에 잽싸게 반응을 보였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노인을 가까이 하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벽장 깊숙하게 간수해둔 곶감이나 꿀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마치 잔뜩 기대되는 차시 예고를 통하여 다음 시간이 기다려지는 효과와 같은 이치라 할 것이다.

현대는 사이버 영상매체의 발달로 지식정보를 입으로 전달되던 방식에서 시공간에 제한 없이 검색과 접속으로 손쉽고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지식의 전달체계가 급속도로 변화를 가져와 나이에 따른 사회체제가 무너지게 되었다.

요즘에 아버지께서 부르시거든, 머뭇거리지 말고 즉시 응답을 하기 쉬울까? 심부름으로 채팅이나 컴퓨터 사용시간을 침해 받을까 하여 늦장 대답이 정답에 가까울 것 같다. 왜냐하면 윗사람의 필요에 의하여 부르는 예가 대부분이라 부르는 억양으로 응답의 속도가 정해질 것 같다.상하 체제가 분명하던 시대는 가고, 통신수단 및 의료기술의 발달로 응급호출 및 치료에 대한 시스템이 변하였다. 휴대폰 등 통신수단이 발달되지 않은 시대에 어버지가 부른다는 것은 위급상황이 생겨 즉각조치를 요하는 경우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의 지연으로 상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맛있는 음식이라도 뱉으면 보기 흉한데 과연 토하고 대답하기 쉬울까.

상사로부터 업무지시가 떨어졌다. A형은 계획에서 추진단계 예상결과를 완벽하게 작성하여 보고한다. B형은 계획단계에서 기본안을 갖고 수시로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지도를 받으며 추진한다. 또 실시간에 다른 과제가 주어지면 A형은 먼저 과제를,  B형은 급한 과제부터 해결한다.

상급자는 어떤 형을 선호할 것인가?

운동의 작용과 반작용 법칙에 따르면 두 물체가 충돌하면 크기는 같고 방향이 반대인 힘이 생긴다. 힘이란 물체의 위치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힘과 속도 변화량의 시간에 따른 변화율은 질량에 반비례한다. 예로써 벽에 공이 부딪치면 공과 벽은 서로 같은 힘을 작용하지만 공은 튕겨 나오고 벽은 질량이 크기 때문에 움직임을 읽을 수 없다. 따라서 위의 답은 다양하지 않을까.

어쨌든 부모가 부르시거든, 얼른 대답하고 달려가야 후회가 없을 것이다.

/안명영·경남도교육청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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