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여려 (여성결혼이민자)
다문화가정은 3대가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 며느리들은 친정집이 먼 관계로 시부모님과 가깝게 지내며 집안의 대소사를 함께 돌본다. 직장에 다니기 전에는 논에 모내기도 하고 풋고추도 같이 따며 농사일을 거든다. 남편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속사정은 시어머니에게 곧 잘 얘기하며 한국생활에 정착해 간다. 어머니의 사랑을 시어머니에게서 대신 받는 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작년에 시아버지께서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병간호를 하면서 노인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은 시설에 근무하며 사회복지사를 공부하고 있다.
필자는 남편과 자녀만 있는 집안보다는 시부모까지 있는 다문화가정이 좋은 것 같다. 세대공감을 통한 정서적인 안정 및 소통능력을 향상시키는 장점 또한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건강한 노후생활을 영위해야 한다.
한국에 살면서 ‘인생은 60부터’라는 표현을 접했다. 이 말은 퇴직후 길지 않은 노년을 좀 더 알차게 보내 보자라는 의지를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노후를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한다. 그러나 그 고민을 좀 더 깊고 신중하게 할 때가 왔다. 우리들은 이제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60세부터 시작해서 100세까지의 40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이 시간을 체계적인 계획없이 단순히 즐겁고 행복하게 보낸다는 건 현실과 맞지 않다. 어느 여론조사에서 은퇴후 삶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더니 영국인들은 행복을 떠올렸는데 한국은 돈 걱정부터 했다고 한다. 우리가 일하는 까닭은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일 자체에 돈 버는 것 이상의 의미와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자기실현에 가장 중요한 것이 일(직업)이라고 했다. 현대사회에서 개인들은 일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찾는다. 연금으로 노후를 풍족하게 살 수도 있지만 일을 시작한 이후에 삶의 활력은 더욱 돋는다. 노인시설의 한 할머니에게 “건강하면 뭘 하고 싶으시느냐”고 여쭸더니 “일을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노년에는 몸을 적당하게 쓰는 것이 좋다. 시어머니께서는 오늘도 자녀들에 줄 보따리를 챙기신다. 일과 노년의 행복은 동전의 양면같다.
유여려 (여성결혼이민자)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