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잘하면 약 된다
‘경제민주화’ 잘하면 약 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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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현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공공교통’의 오래된 문젯거리는 적자운영이었다. 1990년대 초 서울시는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전형적인 ‘공공교통’ 요금인상을 사용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1996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중앙버스 전용차로를 만들어 운행속도를 20∼30km 상승시켰고, 2004년에는 ‘무료 환승제’를 시행해 ‘공공교통’ 승객의 부담을 대폭 줄였다.

공공교통 소비자들은 편해졌지만 사업자들에게는 수입감소로 이어졌고, 현재까지도 서울시가 그 감소분을 보전해주고 있다. 과거 ‘공공교통’ 이용자들이 비싼 운임을 통해서 적자를 보전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지방정부가 세금을 통해서 추가로 보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 보전 적자금은 승용차를 이용하는 ‘개인교통’ 이용자들도 같이 부담하는 일반세금에서 충당하므로 ‘공공교통’ 이용자들에게는 이익이 되는 것이다. ‘공공교통’은 일반적으로 저소득계층이 많이 이용하므로 원가 이하의 요금은 사회적 부(富)의 재분배에 기여한다. 이것이 바로 경제민주화의 좋은 사례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공공교통’ 요금시스템과 같은 경제민주화가 꼭 이루어져야 할 분야가 있다.

첫째, 교육비용이다. 많은 학생들이 수천 만원에 달하는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시급은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 사회진출 전부터 이미 빚을 지고 출발한다.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있을까? 일단, 83%에 달하는 대학 진학률을 만든 사회에 문제가 있다. 대학은 꼭 공부하고 싶은 사람만이 필수적인 고급지식을 얻기 위해 가야 한다. 이를 위해 회사 내에서 대졸과 고졸 간 임금격차를 줄이면 진학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소수 교육기관의 거품은 빠지게 되어 있다. 여기서 빠진 거품은 다수의 가계경제에 큰 도움으로 되돌아간다. 한편 이렇게 경제·사회적 문제를 정리하고 나면 세수가 보다 더 안정적으로 걷히며, 반값에 가까운 등록금 제도를 실시할 수 있다. 공부하고 싶을 때 학비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는 ‘공공교육’ 학비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둘째, 의료비용이다. MB정부는 초기에 ‘의료 영리화’를 추진하려고 했다.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국민의료비는 폭등할 것이고 서민의 의료는 이내 재앙이 된다. 돈 많은 사람만 높은 의료혜택을 누리는 부자병원과 열악한 시설을 갖춘 서민병원으로 나뉘고, 그나마 돈 없는 국민들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병원에 갈 수도 없게 된다. 완전히 역주행 계획이다. 의사들의 보험료 과잉청구와 자영업이나 고소득자들의 보험료 누락 등을 잘 관리해서 건강보험 의료체계를 강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서민의 건강권과 의료 접근성 보장에 적극 나서 아플 때 큰돈 들이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는 ‘공공의료’ 비용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셋째, 에너지 비용이다. 에너지는 크게 전기와 가스로 나눌 수 있다. 전기는 누진제를 적용하여 경제민주화가 비교적 잘 적용되어 있는 분야다. 가스도 큰 집을 가지고 많이 사용하는 자가 비용을 더 낼 수 있게 누진제를 복합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추위나 더위를 피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구가 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게 ‘공공 에너지’ 비용시스템이 도입돼야 하는 것이다.

넷째, 물 비용이다. 우리는 물부족 국가다. 우리가 쓰는 물의 양은 프랑스나 영국에 비해 두 배나 되는 반면,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세계 평균치의 12% 정도에 불과하다. 물 값은 당연히 오를 것이다. 사용자는 물을 아껴 쓰고 덜 오염시켜야 하겠지만, 국가는 물을 보관할 수 있는 관개시설 확보와 지하수 개발을 해서 서민들에게 맑고 깨끗한 물을 제공할 수 있는 ‘공공의 물’ 공급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상 말한 네 가지는 양극화 사회를 대처하는 서민 삶에 대한 기본권의 내용이다. 어느 정도 이 분야가 해결되면 적은 가계소득으로도 삶의 질이 훨씬 좋아짐을 느낄 것이다. 또한 ‘공공교통’ 요금시스템과 같이 앞서 제안한 내용을 잘 연구하면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한 일이다. 복지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위한 공공정책이다.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우르르 몰려갔다가 우르르 몰려오는 논의를 더 이상 만들지 말아야 한다. 또한 보편적 복지로 일 안하고 놀고먹는 국민을 양산할 가능성도 내다보면서 국가의 예산을 서민 삶의 네 가지 기본권으로 최대한 돌려 공공적 경제민주화를 이룩해야 할 것이다.

 

권일현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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