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북한작가 144번째 센터 가입 만장일치"
"망명 북한작가 144번째 센터 가입 만장일치"
  • 경남일보
  • 승인 2012.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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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근 교수, 제78차 국제PEN 경주대회 참가기

제78차 국제 펜대회가 경주에서 100여개국 펜센터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6일간 개최되었다. 외국 참가자 300여명과 국내 문인 8백여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문학, 미디어 그리고 인권’이라는 주제로 디지털 시대의 문학의 길과 그로부터 오는 인권의 문제를 다루었다. 펜(PEN)이란 시인,극작가,수필가(평론가), 소설가, 편집자의 약칭인데 국제펜의 본부는 영국 런던에 있고 창립한지 올해로 90년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1957년에 가입했는데 이 펜(국제 작가 공동체)은 작품의 질적 향상에 목표를 둔 여늬 단체와는 달리 작가의 표현의 자유와 인권 문제를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UN 인권위원회와 연대하여 활동하는 단체이다.

필자는 한국 펜센터의 정대표로 총회에 참석하여 세계 펜의 활동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3번째 개최된 이번 대회는 대회를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국제 행사를 맡아보는 전문 이벤트사에 맡겨 아주 매끄러운 진행이라는 평을 받았다. 대회의 이슈는 망명 북한작가 펜센터가 144번째 센터로 가입이 된 것인데 남북이 갈라진 나라 서울에 두 개의 펜센터가 존재하게 된 특수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총회에서 이 건을 두고는 만장일치를 보였고 박수갈채를 받으면서 탈북 망명작가들이 입장할 때 환성이 터져 나왔고 회의 끝에는 여러 나라 대표들이 서로 사진을 찍으려고 약간의 혼잡을 보이기도 했다.

개회식에서 한국펜 이길원 이사장은 “한국은 예로부터 문학을 숭상하는 나라인데 이곳에 와 주신 국제펜 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아울러 환영한다.”고 말했다. 기조 강연에서 이어령 교수는 신라문학의 통합적인 세계관으로 한 쪽으로 밀리고 갈라지는 디지털 시대의 편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1986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나이제리아의 월레 소잉카는 속성상 문학이라는 창조성을 권력은 억누르려 하는 것이라 하면서 이를 벗어나는 길이 문학의 길임을 강조했다. 2008년 노벨상 수상작가인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는 미디어의 이미지나 간단한 정보와는 반대로 문학은 시간과 문화를 융화하며 인간 생활을 초월하는 것을 창조하는 것이라 하면서 세계 모든 언어의 관여나 문화의 교류와 같은 표현 방식은 이롭고 중요한 것이라 강조했다.

첫 번째 포럼에서는 우리나라 시조에 대한 논의였는데 하바드대학 데이비드 맥켄 교수, 네팔 펜회장 람 쿠말 펜다이의 발표가 우리 문학에 대한 이해를 나름대로 소화해내었다. 포럼 두 번째는 ‘표현의 자유와 미디어’ 주제 아래 이문열이 좌장으로 진행했다. 장윤익(동리 목월문학관장), 임헌영(평론가),김영순(요덕수용소 출신 탈북문인, 무용가),도명학(탈북작가),유미리(재일 한국인 작가) 등이 발표했는데 임헌영은 우리나라 작가들의 수난사를, 김영순과 도명학은 북한의 인권 유린 상황을, 유미리는 재일 한국인 작가로서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가운데 저항하는 작가로서의 아픔을 발표했다. 세 번째 포럼은 ‘나의 삶 나의 문학’이라는 주제로 존 롤스톤 소울 회장이 좌장으로 진행했는데 장소를 현대호텔에서 동국대 경주 캠퍼스로 옮겨 젊은이들이 청중으로 참가하도록 배려했다. 예상대로 참으로 열기 있는 포럼이 되었는데 창작의 비밀을 월레 소잉카, 고은, 르 클레지오가 순서대로 발표했다. 고은 시인의 위트와 해박함이 눈에 띄었는데 특히 좌장은 젊은이들의 꿈과 이상에 대해 말함으로써 문학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짚어준 의미 있는 포럼이 되었다.

필자로서는 이번 대회에서 재일 한국인 작가 유미리를 만난 것이 특히 의미 있는 일이 되었다. 포럼 중에 한국인이기 때문에 차별을 받고 있는 외로운 작가의 말을 듣고 있는데 필자의 가슴은 그의 투혼에 닿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발표후 사석에서 만났는데 그녀는 아버지가 산청 출신이라 했다. 이를 놀라와하며 필자도 산청출신이라 했다. 그녀는 뿌리를 찾아 산청을 방문하고 싶다고 했고 필자는 이를 주선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녀는 국제펜의 행로에 피어 있는 꽃이었다. 그녀의 뒤에는 펜이 있다고 조용히 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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