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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어 사촌 덕자찜 "맛보면 감탄사 절로"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4>전남 영광이야기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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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9.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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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덕자, 덕자찜, 모싯잎송편.

차량들의 행렬 속에서 남해고속도로를 달린다. 아직 지역에 따라서는 비를 뿌리는 곳도 있지만 너무 맑은 하늘의 태양은 9월이 되었음에도 따가운 햇살을 내리 쏟는다. 우리가 가는 영광은 대체로 날씨가 좋겠다는 예보를 접하면서 잠시휴식을 위하여 곡성휴게소에 들렸다가 대덕JC, 담양JC, 장성JC, 고창JC, 서해안고속도로를 거쳐 영광IC를 빠져나와 염산면의 천일염길로 향한다.

첫 방문지는 기독교인 순교지인 영광 염산교회이다. 거룩한 순교의 성지에서 목숨을 바쳐 신앙을 지킨 위대한 77인의 순교자들을 만날 수 있는데, 순교자들의 이야기로 그들의 순교가 한국교회와 사회에 끼친 영향까지 생각할 수 있다. 더 많은 자료에 관심을 갖는 동료를 기다리며 교회 앞에서 영광의 대표적 특산물인 모싯잎송편을 맛보았다.

모싯잎송편은 청정지역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유기농 모싯잎과 유기농 쌀을 주원료로 정성껏 빚은 떡이다. 모시는 쐐기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써 줄기는 섬유로, 뿌리는 약용으로, 잎은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모싯잎송편의 주원료가 되는 모싯잎에는 식이섬유와 칼슘이 풍부하고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이 함유되어있어 인체의 항체 능력을 높여주고 혈액을 정화시켜 치매, 고지혈증, 동맥경화, 고혈압 등에 좋다. 또한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예방과 여성의 다이어트와 체중감소에도 효과가 있으며 우유보다 48배나 많은 칼슘이 들어 있어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 보기 좋은 모싯잎송편은 맛도 좋다.

이제 천일염전으로 향한다. 새벽에 휩쓸고 지나간 비바람으로 소금이 만들어지는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소금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는 알 것 같다. 천일염전 주변에는 염전체험장이 있어 가족들과 체험하며 돌아보기 좋은 곳이다. 천일염을 만들기 위해서는 깨끗한 바닷물을 끌어들여 저수지에 저장했다가 수로를 통해 증발지로 흘러가 증발지에서는 해수를 통상 1주일 정도 증발시켜 소금물을 만든다. 이렇게 얻은 농축염수를 증발장치를 사용해 더욱 농축시켜 결정을 석출시키면 순백색의 소금을 얻게 된다.

염전에서 천일소금을 보지 못하여 아쉬움이 많지만 영광백수해안도로로 접어들어 바라보는 바다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 동해안의 끝없는 수평선에 견줄만한 탁 트인 전망이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영광백수해안도로에서 절벽 같은 길을 타고 내려가면 곧바로 동백마을이다. 거기서 영화 ‘마파도’를 찍었다. 할매들의 입담은 영화를 대박으로 이끌었고, 같은 장소에서 ‘마파도2’도 찍었다. 하지만 마파도는 지도에는 없는 섬이다. 촬영지 동백마을 역시 섬이 아닌 바닷가 마을이다. 이름처럼 봄이면 바다를 옆에 두고 동백이 흐드러지게 핀다. 어느 집에서나 문을 열면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마을로 들어가 돌아보니 정말로 섬처럼 보였다. 영화에서 처럼 할매들의 땅이다. 10여 명인 마을 할매들의 평균 나이는 70살이 넘고, 동백마을엔 남자가 귀하다. 전설에 의하면 당산나무 탓이란다.

아름다운 경치에 더워서 땀이 나는 줄도 모른다. 낙조를 보며 더 걷고 싶지만 오늘의 맛이 있는 여행지 ‘덕자’를 만나기 위하여 법성포로 향한다. 한참 공사중이라 길이 좀 험하여도 보은강 하구와 법성포를 바라보며 공원식당으로 향한다. 식당 앞에 버스를 주차하고 내리니 친절하게 주인이 안내를 한다. 건물은 허름한 것이 맘에 안차지만 자리를 하니 탁월한 선택이라는 것을 알았다. 정갈한 음식이 감칠맛 나고, 다 먹을 때까지 친절하고 인심 좋게 시중을 들어주니 기분이 좋다.

덕자찜을 먹었는데, 흔히 덕자(덕대)를 병어의 다른 이름 정도로 알고 있다. 그만큼 병어와 덕자는 비슷하게 생겼다. 그러나 엄연히 덕자와 병어는 다르고, 병어류 중 덕자를 제일로 친다. 병어는 머리가 얇고 둥글고, 덕자는 각이 많이 지고 두껍고 더 크다. 이런 차이 말고 한눈에 알 수 있는 것은 가슴지느러미의 기저 위에 나타나는 파상 무늬가 있는 것은 병어, 없는 것은 덕자이다. 값으로 치자면 덕자 1마리면 병어 서너 마리는 산단다. 한 때는 병어 한 짝(병치20∼30마리)과 덕자 1마리가 맞먹었을 정도였다고 하니 덕자 요리는 값이 비쌀 수밖에…. 맛은 병어보다 더 고소하면서 담백하고 차지다.

전국에서 드물게 덕자찜을 하는 곳이 영광 법성포다. 한 15년 전에 안마도에 사는 어떤 할아버지가 복어가 비싸니 덕자를 써보라고 하여, 처음에는 불고기 양념으로 요리를 했는데 이렇게 하면 술안주는 되어도 국물이 없으니 밥반찬은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매운탕으로 하게 되었고, 이것이 덕자찜이다. 덕자는 사철 나오지만 봄에 가장 많이 잡힌다. 덕자는 비늘을 잘 손질해야 한다. 병어도 마찬가지이지만, 하얀 비늘을 잘 떼어내지 않으면 식중독 우려가 있다. 아가미를 칼질해서 내장을 빼내고, 칼집을 넣는다. 양념은 외간장 마늘 고춧가루 파 양파 넣고 조리는데 간은 소금으로 한다. ‘이게 그 덕자야? 애걔 병어랑 똑 같네 뭐’하는 심정으로 젓가락질 한번 쿡 해본다. 두툼한 생선살을 먹어본 소감은 밥은 안 먹고 계속 생선에만 젓가락질하는 행동에서 금방 드러난다. “음~ 정말 고소하군! 맛이 확실히 달라”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물론 덕자찜 외에도 이곳이 법성포이니 특징적인 메뉴가 당연 따라 나온다. 집에서 일일이 손질해 해풍에 말려 찢어 내온 마른 굴비, 고추장에 박아 무쳐 내온 고추장 굴비, 작지만 구운 굴비 등 법성포에서만 귀하게 맛볼 수 있는 별미들이다. 거기에 안마도나 송이도에서 가져온 자연산 굴무침, 게장, 3∼4년씩 묵힌 잡젓이나 새우젓으로 담근 묵은 김치. 한 가지 한 가지가 깊은 맛이 있다. 하지만 덕자회는 좀 물러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저녁식사를 맛있게 하고 주인장이 가져온 향긋한 증류주까지 한잔하니 취기가 돈다. 이런 시간에 어디 여흥을 즐길 장소를 열심히 찾아주는 동료도 있다. 고마운 일이다. 시골이지만 조그마한 가요주점으로 들어가 그간 숨어있던 스트레스를 훌훌 날리며 아쉽게 영광에서의 첫날을 마무리 한다. 돌아가는 길도 잘 몰라 헤매고, 늦다고 불평하는 기사는 미워도 우리들은 많이 늦은 시간임에도 숙소로 안전하게 데려다 주었다. ‘전남 영광이야기’ 첫날의 맛 감흥을 간직한 채 꿈나라 여행으로 피로를 풀었다.

/충무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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