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없는 학생, 누구를 탓할까
꿈 없는 학생, 누구를 탓할까
  • 경남일보
  • 승인 2012.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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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진주교대신문사 편집국장)

얼마 전 KBS2에서 방영한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라는 프로에 ‘꿈 잃은 아들’이라는 제목으로 출연한 학생이 인터넷 상에서 많은 이슈가 되었다. 그 학생은 적당한 대학을 졸업하고 적당한 직장에 취직해 홀로 독립, 컴퓨터게임을 즐기며 편히 살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전혀 의욕이 없어 보이던 이 학생의 사연은 의외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이 이야기가 공감을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꿈’을 갖기를 권유한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도전하기를 주문한다. 이는 서점에 가보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날개를 펼쳐야 하고 용기를 내야 하며 열심히 공부하라는 명령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에 청소년과 청년들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뒤처지는 이들에게는 실망의 눈초리가 쏟아진다.

혹자는 이러한 모습들이 88만원 세대의 자화상이라 말하기도 한다. 88만원 세대란 대학졸업 후에도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20대의 평균 임금소득을 통해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20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그것으로만 꿈을 잃은 아이들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첫 ‘사회’라고 할 수 있는 학교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되고 싶은 것이 많아 매일매일 장래희망이 바뀌는 초등학생들은 이제 보기 힘들다. 아이들은 장래희망란에 공무원이나 소위 말하는 ‘사’자 직업을 쓰고는 한다. 아니면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소방관이나 경찰은 찾아보기 힘들다. 왜 아이들의 꿈이 다양하지 못한 것일까. 대학을 가지 않으면 좋은 직장을 얻기 힘들고, 살아가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생각 때문에 돈을 많이 벌거나 혹은 안정적인 직업을 희망하게 된 것은 아닐는지.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장래희망은 일원화되었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이미 하고 싶은 것이 없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을 빈칸으로 두는 것은 허락되지 않을 일이다. 학교에서는 진로교육을 이유로 매 학기 장래희망을 조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빈칸에 채워지는 직업은 초등학생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것이 없다고 말하는 학생에게 선생님들은 ‘왜?’라고 묻지 않는다. 그저 막연하게 꿈을 가지라고 제안할 뿐이다.

학교는 꿈을 찾아나가는 과정인데 우리는 학생 때부터 항상 꿈을 정하기를 강요받아 왔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88만원 세대와 같은 불안정한 미래가 무언의 압박감을 준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굴레 속에서 청소년과 청년들이 의욕을 잃어버린 것에는 주변 어른들의 영향이 크다. ‘사회생활은 매우 힘드니 너는 안정적이고 고수입의 직장을 가져야 한다’는 식으로 꿈은 좋은 직장을 가지는 것으로 치부돼 왔다. 그러니 결국에는 좋은 직장으로 가기 위한 단계를 밟지 못한 이들이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꿈을 가져!’라는 말은 매우 추상적이다.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의욕을 잃어가는 사람에게 그것은 이미 다른 세계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이들의 무력함을 탓하지 말자. 이미 변화한 사회를 탓할 수도 없다. 그저 그 사람이 무엇을 잘하는지와 어떤 것에 관심이 있었는지를 살피고 재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친구로서, 가족으로서, 어른으로서 지켜봐주자.

/김민희·진주교대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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