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춘 시인
천지가 쓸쓸해지기 시작한다는
삶이 그대를 꽤나 속이겠지만
곧 스산하게 감이파리 떨어지고
바람결 쌀쌀해지면
아버지 빛바랜 삼베적삼같은
허수룩 농막 지붕위에
사부작 사부작 기어올라 앉으신
미륵사 보살 두 분
붉누른 저 미소 살갑지 않으신가
작가 프로필= 1986 지평등단
작품설명=그제께가 벼락이 사라지고 벌레가 숨는다는 추분. 햇살이 세상을 데우는 시간이 짧아지고 그래서 눈치 빠른 고추는 미리 익는다. 조가 고개를 숙이는 들녘, 허수아비 나락들과 유희하고 계시고 한 여름 격정을 이겨낸 작물들이 자연의 서사시를 쓰고 있다. 저 초가 위 보름달로 가부좌를 튼 호박 넉넉하다.(진주문협 회장 주강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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