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내 가슴을 비추는 등불
독서는 내 가슴을 비추는 등불
  • 경남일보
  • 승인 2012.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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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가을은 책읽기 좋은 계절이라고 예부터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라 했다. 우리에게도 ‘밤글’이라는 말과 주경야독(晝耕夜讀)이라는 말이 있었다. 옛사람들은 가을과 겨울은 밤이 긴 데다 알맞은 수은주의 변화에 따라 정신이 맑아서 책읽기에 좋은 계절로 삼았다. 독서야말로 마음을 열어주고 눈을 뜨게 하여, 기인 안목과 광활한 시야를 열어주며, 올바른 삶의 길잡이가 되어 준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기 때문에, 불확실한 지식을 진리인양 말할 수 없는 그런 다음에야 내가 맛본 맛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남들이 읽어보고 달다고 한 책도 자신에겐 시거나 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는 사색의 촉매가 될 수 있으므로 단순한 지식의 습득효과 외에도 더 좋은 것일 수도 있다. 읽고 공감하는 것도,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에 비추어 보며 반대로 생각해 보는 것도 좋으나, 읽은 내용을 앞세우고 사색이란 생각의 긴 여행길에 올라 본다면 얼마나 좋은가? 사람이 어찌 자기가 처한 물리적 관계 내에서만 살아야 하는가? 이 관계를 벗어나 상상하고 미지의 세계를 찾아가 그곳에서 자기 현실을 뒤돌아볼 때 우리의 가슴은 광활해질 것이며, 얼마나 대범한 호연지기(浩然之氣)가 키워질 것인가?

독서와 사색으로 자신을 갈고 닦는 사람의 눈길은 깊고도 넓다. 표정 또한 맑고, 말수는 적으며, 적은 말도 분명하고 힘 있게 하는 얘기에 부드럽고 놀라운 설득력이 깃든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마음의 길을 넓혀 간다면 얼마나 좋은가. 흔히 독서는 전문지식과 폭넓은 교양을 얻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젊었을 때 읽었던 느낌이 나이 들어 50대, 60대에 읽은 느낌과는 사뭇 다를 것이며, 또한 느끼고 깨닫고 얻는 점도 다를 것이다.

  독서로서 사람들의 삶을 간접 체험하고 이런 저런 삶을 살아간다면 자신만의 향기와 개성을 지닐 수 있음이다. 꿈을 심어주고 실망에서 일어서는 용기도, 사랑과 용서를 주고, 인생을 살아가는 가르침을 주는 것도 책이다. 책속엔 우리가 살아가는 정직한 인생의 행동과 언어가 있어, 인생을 배우며 서투른 삶의 태도를 반성도 하고, 위로도 받게 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의 가슴을 비추는 등불과도 같아서 도덕적 기저형성에 공헌하고, 정서적 바탕이 형성되는 것이다. 깊고도 폭넓은 정서적 바탕에 근거하지 않고서야 어찌 인간의 모순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으랴. 

독서를 하므로 우리는 주인공과 더불어 여러 가지 인생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으며, 이 간접적인 경험을 통하여 편견도 없어지고 지락도 관용도 유머도 얻어낼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는 작가의 사상과 인생관, 세계관과 만날 수 있게 됨으로써 똑같은 현상을 수천가지 각도에서 조명하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책속의 좋은 인물들과 수시로 대화를 나누고 거기서 자신의 것을 뽑아내고 소화하여 마침내 독자 특유의 것으로 재창조 할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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