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운스님 (천진복지재단 이사장)
그런데 보험료 넣어 아낌없이 받을 수 있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일까? 보험을 가입할 때는 간이라도 빼 줄 듯 하더니 보험료를 타야할 경우가 생기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는 걸 보험을 가입해 본 사람들은 다 안다.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가입 전에 보험설계사에게 자신의 그동안의 병력 등을 미리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고지’의 기준이 매우 애매할뿐더러 전문적인 용어들이 많기도 하고 깨알같이 적혀 있는 ‘가입조건’이나 ‘세부사항’을 잘못 해석해서 뒤통수를 맞은 경우를 더러 본다. 보험회사와 고객의 관계는 어떻게 보면 아주 합리적인 계약 관계이며 보험회사가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어주는 곳이 아니기에 그런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보혐을 넣는 것은 어려운 살림살이를 쪼개어 보험료를 꼬박꼬박 납입하면 보험회사에서는 내가 어려울 때 돈을 지급해줄 것이라는 안도감도 덤으로 받기 때문이다. 전에도 그랬지만 그야말로 나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 말 그대로 각개전투 형식이 되었다. 각자의 삶에 내재한 위험요인들을 꼼꼼하게 분석해서 자기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보험회사와 계약을 해 두어야 하는 것이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비합리적인 재난이 나에게 닥쳐도 할 말이 없게 된다. 온갖 종류의 보험광고들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 아니었던가?
이 같은 현실을 우려할 때 흔히 사용되는 표현이 ‘양극화’ 이다. 그런데 인간의 안전보장이 돈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돈 없으면 그만큼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돈 있으면 100세까지 내 생명이 보장된다는 극단적인 현실들을 내포한다. 재해가 아니더라도 질병과 관련해서 암이나 그와 유사한 중병에 걸린 가족이 있으면 환자에게 드는 돈을 마련하지 못해 가정이 온통 마비가 되는 현실을 지금 우리가 가입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만으로는 정말 해결하지 못하는 것인가? 복지의 양극화 양상, 불안정한 삶, 보험 공화국 우리가 다 같이 생각해 볼 때이다.
보운스님 (천진복지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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