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배려(配慮)
진정한 배려(配慮)
  • 경남일보
  • 승인 2012.09.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태완 (합동참모본부 사후검토관)

배려(配慮)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가지로 마음을 써서 보살피고 도와줌’이지만 정확한 정의는 쉽지 않다. 배려란 ‘마음씀씀이’, ‘남을 존중하는 것’,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 ‘나를 위해서 필요할 수도 있는 것’, ‘상대방에게 대우를 받으려면 그만큼 해줘야 하는 것’, ‘조건 없는 나눔’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이 배려일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사회의 배려가 실종되어 가는데 있다. 물론 옛날에도 자는 체 눈감고 앉아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젊은이나 혼자 잘사는 수전노도 있었지만, 요즘 중·고생이나 가진 자들을 보면 배려를 찾기가 힘들다. 무엇이 문제일까?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 내가 진다고 생각해서일까? 배려 없는 사회는 인정이 메마를 뿐만 아니라 삭막해지고 생동감과 활력을 잃는다.

그러니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배려가 꼭 필요하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면 사회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져 결국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 배려의 측면에서 기득권을 가진 자와 힘이 있는 자가 무의탁자, 생활보호대상자, 장애인, 환자, 실업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조금씩 양보한다면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부모와 자식, 그리고 가족 간에 배려가 없었다면 이 세상은 아마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배려는 거창하게 요란을 떨거나 티를 내는 것이 아니라 양심과 공중도덕 등 지키기 쉬운 것부터 실천하면 된다. 엘레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순간 누군가 뛰어가면 안에서 잠시 문을 열어주고, 자기만 편하게 살려는 생각보다 남을 동시에 생각하면서 살아간다면 지금 문제가 되어 들끓고 있는 각종 사고나 성범죄도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도시락을 싸온 사람과 싸오지 못한 사람을 짝지어 나누어 먹도록 했다. 고도원은 아침편지에서 “배려는 참 따뜻한 단어입니다. 누군가가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그에 맞게 행동까지 이어진다면 그야말로 뜨거운 감동입니다. 그 사람의 처지에 서는 것, 그리고 한 걸음 더 다가가 그를 살펴보는 것, 그것이 배려의 시작입니다. 이로부터 함께 따뜻해지기 시작합니다”라고 했다. 지금까지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찡한 행동과 말이다.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줬던 태풍‘사라(1959년 9월 17~18일)’는 추석전날 한반도 정남향(삼천포)을 강타한 태풍으로 849명의 사망과 37만 여 명의 이재민을 냈다. 그때 필자의 집은 큰 감나무 덕분에 온전했으나 ‘사라’가 남긴 상처(가을걷이 할 농작물이 없었음) 때문에 고생을 했다. 그럼에도 그 때 전 국민들이 보여준 따뜻한 손길을 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며칠 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산바’ 역시 엄청난 상처를 남겼다. 수재를 입은 이들이 꿋꿋이 일어설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정책적 지원은 물론이고, 전 국민의 배려와 나눔의 실천이 필요하다. 국가가 누란이나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는 국민적 합의로 인정과 배려와 나눔을 자발적으로 실천해왔다. 우리의 진정한 배려는 내 손길을 자랑하지 않으며, 상대를 불쾌하게 하거나 부끄럽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 감동은 아래의 예문처럼 영원할 것이다.

“가난한 한 청년이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학비 마련을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섰고, 어느 건설업체 현장 감독이 일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중략> 이놈의 마누라가 나를 돼지로 아나, 청년은 현장 감독이 내민 도시락으로 점심때마다 허기진 배를 채웠습니다. ‘그동안 감독님께 감사의 인사와 사모님의 도시락을 잘 먹었다는 말씀을 전할 것’을 당부하자, 경리직원은 사모님이 5년 전에 돌아가셨고 감독님은 혼자살고 계시는데….” 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장기려 박사는 가난한 사람들과 늘 함께했다. 치료비를 낼 수 없는 환자에게 병원 뒷문으로 도망치도록 일러주거나, 가난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 병원을 직접 설득했던 일화들은 유명하다. 장 박사는 1968년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보험조합인 ‘청십자의료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건강할 때 서로 돕고, 아플 때 도움 받자’라는 청십자조합의 정신은 이후 1989년, 전 국민의료보험제도로 발전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강태완 (합동참모본부 사후검토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