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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예술의 발전과 지역대학의 역할이찬규 (창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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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9.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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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인 예술은 없다. 대중이 예술적이어야지.”라는 한마디 비평은 예술에 대한 대중들의 몰이해를 꼬집는 말이라 한다. 예술은 늘 시대를 앞서 가며 문화수준을 향상시켜 왔으며, 사람들은 단지 의식주 해결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는 행복의 질을 문화예술에서 찾았다. 그러나 문화를 향수하려면 그만의 노력과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 문제다. 민생고를 해결하는 것도 녹녹하지 않은데 음악회를 가고 철학을 논하고 시를 읊고 멋진 의상을 걸치고 그림이나 조각품을 수집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문화예술은 자고로 멋을 아는 유한계층의 취향을 따라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문화예술이 이처럼 일부 특권층의 독점물이 되자, 마르크스주의가 그것을 비판하고 다수의 서민대중들이 향유할 수 있는 대중적 문화예술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술은 점차 개성과 창의성을 잃었고, 대중들의 정서와 취미는 밋밋하고 무미건조한 감각에 물들어갔다. 이때 나온 비평이 “대중적인 예술은 없다. 대중이 예술적이어야지.”라는 것이다.

지역문화예술이 발전하려면 그 지역의 특수층이 아닌 일반 시민이 문화와 예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즉 물질과 지식이 출중하다고 문화예술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며, 일반 대중이 넉넉하고 여유 있는 성품을 가지고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소양을 갖추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따라서 대학에서도 보편적인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실제로 시민들에게 개방된 평생교육원은 지역사회의 문화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이 사회교육을 선도하고 선진의 문화예술을 창달하기 위해선 더욱 적극적인 교육체제 정비가 시급하다. 대학교육이 시대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데 교육 시스템은 근대적 전통만 고수하면서 세상변화에 대해 거의 ‘모르쇠’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특히 틀에 박힌 세부전공 중심의 예술교육체제는 급변하는 시대조류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술(회화, 조각, 건축)이라는 분야의 경우 중세시대를 거치면서 기술학 7과의 하나인 병기기술에 예속하게 되었고, 많은 장인들을 배출했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에 유럽 최초의 미술 아카데미가 설립되면서 미술은 다시 인문학에 속했으며 오늘날의 미술대학 모델이 되었다. 그리고 중세에 기술노동을 뜻했던 수공예(Craft) 대신 정신노동을 뜻하는 ‘디세뇨(Disegno)’란 새 용어가 나왔다. 이와 같은 미술과 인문학의 만남은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가? 미술과 음악은 자매로 여겨졌고, 예술은 종교적 주제의 연구 외에도 고전문학에 대한 지식과 과학적 탐구로 인해 학문적 지위가 높아졌다. 미술가들은 투시도법, 기하학, 해부학 같은 당시의 새로운 지식들을 필수적으로 배워야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미술을 과학으로 간주했었다. 인문학적 교양과 과학적 사고방식이 뒤따르지 않는 기술은 사회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되었으며, 논증되지 않는 감성, 창의성 없는 감각은 예술로 승화되지 못했다.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의 예술교육은 문예부흥 시절의 교육방식에서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현실에 대처할 수 있는 예술인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대학교육의 이념과 취지가 재검토되고 개선된 교육 시스템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오래된 관례와 전공(장르)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변화를 시도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탈피해야 한다. 포괄적 개념에서 보면, 서양화 전공과 한국화 전공은 ‘회화전공’으로 묶어야 현실적이다. 예술에 있어서 지나친 세부전공 분류는 창의적 상상력을 키우는 데 방해만 된다. 결국 미시적인 시각으로 좁은 카테고리에 갇혀서 타 장르의 넓은 세계에는 눈길조차 돌리지 못하고 졸업한다. 미술과 디자인도 새로운 토털 조형과학으로 소통되어야 한다.

특히 지역사회의 문화예술을 담당하는 지역대학은 신축성 있는 전공분류와 학제간의 융합을 통해서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에 대처할 수 있는 예술인재를 키워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역 시민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평생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미래사회를 대비하고 지역대학이 성장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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