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도시 진주’ 첫걸음 내딛다
‘인권도시 진주’ 첫걸음 내딛다
  • 박철홍
  • 승인 2012.09.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현장] 진주 인권조례 제정 의미와 전망

▲지난 14일 진주시인권조례제정 시민추진위원회가 ‘진주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 제정과 관련해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주 인권조례’가 우여곡절 끝에 4년 만에 제정됐다.

지난 13일 제156회 진주시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는 무소속 서은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진주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상임위 수정안이 만장일치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인권조례는 이르면 이달내 공포와 함께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진주인권조례안은 지난 2009년 전국 최초로 진주시의회에 상정됐으나 논란 끝에 회기종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는 경남도 등 7곳에서 인권조례가 제정돼 있으며, 도내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는 고성군이 지난 7월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무슨 내용 담았나

이번에 본회의를 통과한 진주시인권조례안에 따르면 진주시장은 시민의 인권보장 및 증진을 위해 인권정책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고 매년 기본계획에 따른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평가해야 한다.

또한 인권 전담부서를 신설해야 하고, 인권 관련 기관 또는 단체에 대해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한 경우 침해받은 시민이 구제받을 수 있도록 시장은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며, 진주시 및 시 출자·출연기관 종사자, 시장의 지도감독을 받는 법인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연 2시간 이상 인권교육 실시를 의무화했다.

인권 보장 및 증진 시책을 심의하기 의한 ‘진주시인권위원회’도 운영해야 한다. 인권위는 기본계획 수립, 연도별 시행계획 수립 및 평가 등을 심의한다. 연 2회 정기회와 필요한 경우 임시회를 개최할 수 있으며 위원장 1명, 부위원장 1명을 포함한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무소속 서은애 의원이 지난 6월 15일 진주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5분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당초 서은애 의원이 시의회에 제출한 조례안에는 ‘진주인권센터’를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집행부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일부 의원들도 막대한 예산투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인권전담부서’ 신설로 대체됐다.

당초 조례안에 포함된 ‘인권백서 발간’도 동일한 이유로 ‘보고서 제출’로 바뀌었다. 보고서에는 인권현황과 기본계획에 대한 분석·평가, 인권보장과 증진에 관한 주요 시책의 내용과 추진사항을 담는다.

조례안을 발의했던 서은애 의원은 “진주가 인권도시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고, 진주시의 자존심을 세워준 것”이라며 “그동안 조례 제정을 위해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관심을 가졌는데, 의원들한테도 그런 염원이 전달돼 공감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례 제정에 만족하지 않고 조례에 맞는 정책이 수립되고 실행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이 제대로 역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진주지역내 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인권조례제정 시민추진위원회’는 인권조례가 본회의를 통과한 다음날인 지난 14일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권조례는 인권도시 진주의 법적 토대가 될 것이며, 모든 사람이 존엄을 누리며 사람답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우리 모두의 꿈이 실현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며 “인권조례 제정의 혜택은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며 진주시를 품격 있는 지역공동체로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례 제정의 취지와 내용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고 올바로 시행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많은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진주시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시장과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회는 인권조례의 효과적인 시행을 위해 더욱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향후 예상되는 문제점

진주시 인권조례를 보면 진주시 및 시 출자·출연기관 종사자, 시장의 지도감독을 받는 법인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연 2시간 이상 인권교육 실시를 의무화했다.

이를 적용할 경우 교육 대상자가 3100여명(진주시 추정치)에 달한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실시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이나 시장의 지도감독을 받는 법인이나 단체 관련자 1200여명(진주시 추정치)이 본업을 제쳐두고 업무와 별 연관성도 없는 인권교육을 받을 지 의문이다.

진주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강제할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사회복지 법인이나 노인요양시설, 영세한 어린이집 종사자들이 업무 공백이 빚어질 것이 뻔한 상황에서 인권교육을 받으러 오겠느냐?”며 “인권교육을 실시중인 광주광역시의 경우 복지법인 종사자들의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진주시는 인권조례가 시행되더라도 당장 첫해부터 모든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타지자체 사례를 참고로 해 공무원 대상 교육을 먼저 실시하는 등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 인권조례에 명시된 인권 전담부서 신설과 관련, 진주시는 기구설치를 의무화 한 것은 집행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부문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진주시, 진주시인권위원회, 진주시의회간의 부서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집행의지가 정착의 관건

진주시가 경남도내에서는 선도적으로 인권조례를 제정했지만 이제 ‘인권도시 진주’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었을 뿐이다. 조례제정 과정에서 예산을 이유로 소극적 태도를 보여준 진주시의 입장변화가 조례 정착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지적했듯이 인권조례가 선언적 성격을 넘어 사회 소외계층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진주시가 적극적인 집행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권조례는 추상적 내용이라 시행되더라도 시민들이 피부로 직접 혜택을 느끼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진주시와 시의회가 머리를 맞대고 아동, 여성, 노인,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기초생활 수급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어떻게 증진시킬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안을 연구하지 않으면 껍데기뿐인 조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진주인권 조례 제정에 깊이 관여한 김중섭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진주시의 인권조례안은 국가표준조례안보다 구체적이며 실행가능한 방안들이 많이 들어있다”면서 “진주시가 예산 등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 시행해보면 예산이 많이들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특히 인권조례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진주시장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창희 시장이 선포한 무장애도시와 인권조례가 상보적인 관계를 형성한다면 지역 복지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철홍기자 bigpen@gnnew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