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만 같아라
한가위만 같아라
  • 경남일보
  • 승인 2012.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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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여려 (여성결혼이민자)

곧 음력 8월 15일 추석(秋夕)이다. 들판에 오곡이 무르익어 황금벌판이 펼쳐지고 온갖 과일이 풍성한 ‘한가위’를 맞이한다. 추석은 아주 오래전부터 조상 대대로 지켜 온 이 나라의 큰 명절로 일 년 동안 가꾼 곡식을 거둬들인 햇곡식과 햇과일로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이웃들과 서로 나눠 먹으며 즐겁게 하루를 지내는 날이다. 사람들은 전래음식으로 송편, 삼색나물을 하고 강강술래, 줄다리기 등의 전통놀이도 하며 지낸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떡을 빚어 나눠 먹었다고 해서 속담 중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도 생겼다고 하니, 추석은 즐겁고 신나는 날인 동시에 그런 즐거움을 얻은 것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는 날 같다. 햇과일 하나만 보아도 조상들에게 감사드릴 줄 알았던 옛 어른들의 겸손한 마음은 우리도 꼭 배워야 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일본의 추석인 ‘오봉’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며 고향에 계신 부모에게 생선을 보내는 ‘이키미타야’라는 풍습이 있다. 또한 각지에서는 화려한 축제가 열린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17세기 유럽인들이 신대륙에 오면서 시작된 행사로 온가족이 함께 모여 한 해 동안의 수확에 감사하며 호박파이, 칠면조 구이 등을 먹으며 보낸다. 영국 청교도인들은 경작법을 가르쳐준 인디언들을 초대, 야생 칠면조(turkey)를 잡아 나눠 먹었다.

러시아의 추석이라 할 만한 것은 ‘성 드미트리 토요일’(11월 8일 직전의 토요일)이다. 이날 러시아인들은 조상들의 묘소에 성묘를 다녀오고, 가까운 친척들끼리 모여 햇곡식과 햇과일로 만든 음식을 나눠 먹는다. 햇곡식으로 빚은 보드카를 돌려 마시며 조상들을 회상하는 옛이야기를 나눈다. 프랑스의 추석명절은 투생(Toussaint)이 있다. 가톨릭의 축일인 ‘모든 성인의 축일’로 학교와 공공기관은 문을 닫으며 여행을 하거나 쉬며 보낸다. 하지만 고인의 무덤에 꽃을 바치는 행사는 빼놓지 않는다고 한다.

중국에는 큰 전통명절로 가을의 한가운데라는 뜻의 ‘중추절(仲秋節)’이 있다.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달을 보며 월병(月餠)을 먹으며 보낸다. 중국 남송시대부터 전해지는 과자로 둥근달의 모양을 상징해서 만든다. 필자는 월병 맛이 그리워 추석을 앞두고 미리 구해서 먹었더니 중국에서 보내던 중추절에 대한 기억이 더욱 또렷해진다. 근래에는 국가에서 공휴일로 지정해 중추절 당일부터 쉰다. 올해는 9월 30일부터 10월 7일까지 8일 간의 황금연휴로 대륙의 대이동이 시작될 것이다.

국내 다문화 가정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TV에서 다문화 가정의 주부들이 한국의 추석풍습을 배우는 여러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녀들의 고국의 명절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혹여 말로만 다문화라고 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국의 추석, 미국의 추수감사절, 중국의 중추절 등. 이름은 다르지만 한 해의 풍성한 수확에 감사하고 조상의 덕을 기린다는 본질은 같다. 상호 존중과 신뢰 속에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하고 기쁜 추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유여려 (여성결혼이민자)

/여성결혼이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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